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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휴일] 새 이야기


당신이 작은 새를 기른다고 하자 새를 아주 사랑한다고 하자

새가 병으로 혹은 불의의 사고로 영영 잠에 든다
당신은 새장을 더 청결하게 못한 걸 또는 문틈을 확인하지 않은 채 문을 닫은 걸 자책한다
당신이 짧게는 십 년 길게는 몇십 년을 더 산다고 하자

천국이 있다고 하자 새가 천국에서 당신을 기다린다고 하자
당신도 천국에 간다고 하자 당신은 새를 만나 미안하고 기뻐서 엉엉 운다

새는 당신을 낯설어한다 당신이 새의 이름을 아무리 불러도 새는 고개만 갸웃거린다
당신은 너무 늙어버렸다

당신은 새의 곁에 머물고
새가 당신 옆에서
당신을 영원히 기다린다고 하자

당신이 깨어 있다고 하자 당신이 이곳에서 이야기 하나를 읽었을 뿐이라고 하자

-설하한 시집 '사랑하는 일이 인간의 일이라면' 중

사랑하는 새의 죽음을 통해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천국에서 다시 그 새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은 얼마나 위로가 되는가. 늙어버린 당신을 그 새가 알아보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죽음이 불러일으키는 슬픔은 흔히 ‘영원’이란 말에 의해 희석되지만 그 말은 얼마나 의심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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