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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초과학 등한시… 당장 돈 되는 응용기술 고수하다 이지경

韓, R&D투자 OECD 2위… 성과 낮아
원천기술 외면하다 경쟁력 뒤처져
中, 美 제재 맞서 기술자립 집중 투자


한국이 중국과의 과학기술 경쟁에서 밀린 배경에는 균형을 잃은 연구·개발(R&D) 정책이 있다. 한국은 기초연구보다는 ‘개발’ 영역인 응용기술 분야 육성에 치우치면서 기술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국가 차원의 기초연구 지원을 서둘러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R&D 정책은 실속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액 비중은 2022년 기준 5.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이스라엘에 이어 2위다. 그러나 투자 성과는 평균 이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R&D 투자액 상위 25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 수는 2013년 80개에서 2021년 53개로 33.8%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 기업 수는 3배 이상 늘었다.

2500대 기업에 든 한국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평균 3.5%로 미국(7.8%), 독일(4.9%), 중국(3.6%) 등 주요국에 못 미친다. 또 R&D 투자액 대비 지식재산사용료 수익 비중은 2018년 기준 9.9%로 OECD 평균(27.7%)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이는 기초연구 지원 부실이 불러온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정부는 최근 R&D 예산 삭감 과정에서 기초과학 분야의 주요 사업비까지 일괄적으로 정률 감액해 비판을 받았다. 주형규 가천대 물리학과 교수는 29일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 금액이 응용과학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수준”이라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기초과학을 강조하는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또 중국이나 미국처럼 고급 연구인력이 부족한 데다 노동 관련 규제 강도가 비교적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기업에 대한 R&D 세제 지원을 파격적으로 확대하고 기업 규모에 따른 차별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세계적으로 높은 법인세율에 따른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를 받은 대기업은 그렇지 않은 대기업과 비교해 특허를 1.74건 더 출원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0.36건 증가에 그쳤다.


반면 중국은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의 집중 투자를 기반으로 원천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2010년대 후반 들어 기초과학 육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11월 ‘중공중앙의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제14차 5개년 계획 및 2035년 장기 목표 제정에 관한 건의안’에서 과학기술 혁신과 자립을 강조했다. 기초과학 관련 정책을 앞세웠다. 2021년 중국 과학기술 업무회의에서는 ‘기초연구 10년 행동 방안’을 내놨다.

이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부산물이다. 2010년대 후반 미국은 중국 기업에 대한 수출 통제와 투자 금지 등 대중국 기술 제재를 본격화했다. 미국에 맞선 중국 정부의 중장기 전략은 기술 자립이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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