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이민이 저출생 해답? 난민 범죄 우려? 다 틀렸다”

[책과 길]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
헤인 데 하스 지음, 김희주 옮김
세종서적, 512쪽, 2만5000원

폴란드 프셰미실 인근 메디카 국경 검문서의 바닥에 한국 선교단체가 적어놓은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글자가 보인다. 이 검문소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피해 EU 권역으로 진입하는 통로다. 연합뉴스

이주, 난민, 불법입국 등이 국제적 이슈다. 뉴스만 보면 이주가 사상 최고치이며 빠르게 증가하는 듯하다. ‘이주의 시대’ ‘난민 위기’라는 말도 공공연히 사용된다. 하지만 ‘이주, 국가를 선택한 사람들’을 쓴 헤인 데 하스는 “현재 국제 이주 수준은 이례적으로 높지도 않고 증가하고 있지도 않다”고 지적한다. 1960년 전 세계 국제 이주자는 대략 9300만명이었다. 2017년에는 2억4700 만명이다. 엄청나게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기간 전 세계 인구도 대략 비슷한 속도로 증가했다. 그래서 국제 이주자 수를 세계 인구 대비 비율로 따지면 이주자 비율은 대략 3%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 왔다.


난민은 급증하고 있을까? 저자는 “현재 난민 이주는 절대 유례없이 높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1985년부터 2021년까지 추산한 국제 난민 총인구는 900만∼2100만명이다. 1950년대 이후 난민 수는 세계 인구 대비 0.1∼0.35%에 불과하다. 난민 문제로 시끄러운 영국을 보자. 2018년 영국에 거주한 난민과 망명 신청자는 전체 인구의 0.23%인 15만2000명이었다.

서구의 난민 수는 1990년대 초 구 유고슬라비아 전쟁이나 시리아 내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처럼 지리적으로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분쟁이 발생할 때만 치솟는다. “최근 서구 여러 국가에서 망명 신청자와 난민이 급증한 상황은 난민 이주의 ‘밀물’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몇몇 특정 국가의 분쟁 확산에 따른 정상적이고 일시적인 반응이다.”


난민 집단이 주로 부유한 서구로 이동한다는 통념도 실상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전체 난민의 80% 정도는 이웃 나라에 머문다. ‘난민 위기’라는 정부의 아우성은 정치적 의지 부족을 가리기 위한 수사일 때가 많다. 서구 여러 국가, 특히 유럽의 국가들은 전후 수십 년간 훨씬 더 많은 난민을 감당했다.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이입 때문에 범죄가 늘어난다, 이입민들이 일자리를 훔치고 복지국가의 토대를 허문다 등도 근거 없는 얘기라고 꼬집는다. 오히려 근래 누적된 연구들은 이입이 범죄율을 떨어뜨린다는 걸 알려준다. “이입민은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해 도착국에 머물길 간절히 바라므로 대체로 법을 가장 잘 준수하는 사회 구성원이다.”

이주자는 임금을 받는 고용인일 뿐 아니라 월급을 지출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다. 그래서 이주는 전체 경제 규모를 키우고 일자리 수를 늘린다. 또 이주는 특정 분야의 기술·인력 부족에 따른 반응이기에 대체로 이주자들은 토박이 노동자와 같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지 않는다. 영국은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를 토박이 노동자로 대체하기 위해 2020년 ‘영국을 위한 수확’ 캠페인을 벌였지만, 실제 농장에 나가 일한 토박이 노동자가 소수에 불과하자 캠페인을 중단하고 동유럽에서 노동자를 공수했다.

책은 이주에 대해 우리가 그동안 들었던 거의 모든 이야기가 거짓이라고 얘기한다. 저자는 암스테르담대 사회학과 교수로 30년 넘게 이주 문제를 연구해왔다. 옥스퍼드대 국제이주연구소 공동 소장을 지냈고 영국, EU, 유엔개발계획 등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책은 이주에 대한 오해를 22가지로 정리해서 하나 하나 반박하면서 이주의 실상을 드러낸다.

인구 감소나 노령화 문제에 대처하려면 이민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내에서도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민으로 인구나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저자의 주장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정치적으로 수용할 수 없고 비현실적일 만큼 높은 수준의 이입이 아니라면 노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인구학적 영향을 상쇄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독일이 현재의 노인부양률을 유지하려면 매년 순이입이 340만명 필요한데, 이는 최근 독일 순이입 수준의 10배가 넘는다. 영국도 2011년부터 20 21년까지 연평균 20만명인 순이입 수준의 5배가 넘는 100만명 이상이라야 노인부양률을 유지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이출 수준이 매우 높았던 국가에서도 인구 증가율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이주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반면 부유한 나라들에서는 국내 노동력 공급이 고갈되면서 돌봄과 건설, 농업, 공업, 서비스 분야에서 이주 노동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저자는 “고용주와 부유한 나라는 이제 손가락만 까딱하면 언제든 달려올 값싼 노동력이 무한하다는 기대를 접어야 한다”면서 “미래에는 이주자의 유입을 막을 방법이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를 끌어올 방법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후변화가 대규모 이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고, 서구가 불법 이주와 전쟁을 벌이면서 무기 제조사와 관련 기술 회사들에게 큰 이익을 안겨주었다는 사실, 이주가 가장 효과적인 개발 원조라는 분석 등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현재 산업화한 세계 각지의 모든 경제 분야가 이주자의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며 “이주의 진짜 근본 원인은 노동력 수요”라는 걸 강조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