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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오버투어리즘과 관광세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코로나19로 전 세계인이 꼼짝하지 못하는 동안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자연이 되살아나고 환경이 전례 없이 깨끗해졌다는 점이다. 넘쳐나는 관광객으로 시름시름 앓던 태국, 필리핀 등에서는 생물다양성이 회복됐고 인도에서는 대기오염이 줄어 처음으로 히말라야산맥을 볼 수 있게 된 것이 좋은 사례다.

지난해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비상사태 종식을 선언하면서 하늘길이 다시 활짝 열렸고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했다. 세계 유명 관광지에 인파가 급격하게 몰리기 시작했다. 넘치는 관광객을 따라 골칫거리도 늘었다.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에 따른 환경 파괴 등 각종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수용 능력을 넘어서 부작용이 빚어지자 각 나라는 방문객 통제에 나섰다. 주요 방안이 ‘관광세’ 부과다. 숙박세, 체류세, 침대세, 출국세(입국세) 등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취지는 다를 바 없다. 2019년 기준 세계 40여개국이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과 동남아시아의 상당수 국가가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관광도시인 베네치아는 늘어나는 쓰레기, 야간 소음, 노상 방뇨 등으로 몸살을 앓다가 최근 관광세 징수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오는 4월 25일부터 지정된 기간 중 베네치아를 당일치기로 둘러보려면 미리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5유로(약 7000원)를 내고 등록해야 한다. 어기면 과태료 50∼300유로와 관광세 10유로가 각각 부과된다. 이틀 이상 머물며 숙박하는 경우에는 숙박요금에 포함돼 있으므로 내지 않아도 된다.

‘신들의 섬’이라고 불리는 대표적 동남아 휴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는 과거 매일 3800t가량의 쓰레기가 배출되는 등 환경오염과 문화재 훼손 문제를 겪었다. 코로나19로 급감했던 관광객은 지난해 1∼11월에만 480만명이 찾은 것으로 공식 집계될 정도로 다시 급증했다. 더 이상 같은 문제를 겪지 않으려는 발리 당국은 지난 14일부터 외국인 관광객에게 1인당 15만 루피아(약 1만3000원)의 관광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과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자연 훼손 등에 시달리는 하와이도 마찬가지다. 소방서 설립과 방화벽 설치 등 재난 예방에 쓴다는 계획으로 해외에서 들어오는 관광객에게 25달러(약 3만4000원)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반대로 몇몇 나라는 관광세를 인하하거나 도입을 연기했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다. 태국은 지난해부터 도입을 추진하다가 관광산업에 대한 영향을 우려해 징수를 연기했다. 부탄은 하루 200달러에 달하는 무거운 관광세를 통해 외국인 입국을 통제하다가 지난해부터 4년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0여년 전부터 환경보전분담금이라는 이름으로 ‘입도세’를 추진했지만 중단된 상태다. 현재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줄어든 데다 분담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없지 않아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다.

놀러 가는 데 돈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 낯설 수도 있다. 지속가능한 여행 등을 수긍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세금 부과에는 아직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게 현실이다. 이제 여행할 때도 관광세를 부과하는지를 따지는 세상이 됐다. 새로운 제도는 반발을 일으킨다. 환경을 보호한다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을지 모르지만 추진 과정에서 관광객의 저항과 관광업계의 불만을 불러오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정했으니 무조건 따르라고 하기보다 더 많은 공론화를 통해 다른 방법은 없는지 찾아보고, 방안을 정했으면 충분히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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