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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병 마이크론 도전에 삼성·SK 맞불… 쫓고 쫓기는 AI 반도체

美 마이크론 “HBM3E 양산 시작”
생산 능력이 변수… 부정적 시선도
삼성은 업계 최초 12단 적층 성공
SK도 조만간 본격 생산 돌입키로

게티이미지뱅크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만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이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HBM3E의 선제적 양산 발표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따라잡겠다는 게 마이크론의 목표다. 같은 날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12층을 쌓아올린 HBM3E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조만간 양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필수재로 꼽히는 HBM3E 기술을 놓고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3파전이 치열한 모습이다.

마이크론은 27일 공식 홈페이지에 “오늘 HBM3E 솔루션의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며 “올해 2분기 엔비디아가 출하하는 ‘H200 텐서 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마이크론의 24GB의 HBM3E 8단(8H)이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D램 제품의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리는 고성능 반도체다.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생성형 AI 서버에서 GPU의 구동을 돕는다. HBM 가격은 일반 D램보다 수배가량 비싸다. 현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4세대인 HBM3을 양산해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 5세대인 HBM3E가 가장 최신 모델이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에 선수를 빼앗긴 마이크론은 HBM3을 건너뛰고 바로 HBM3E 개발에 들어갔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에 “2025년쯤 마이크론의 HBM 시장점유율은 전체 D램에서의 점유율과 맞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마이크론의 D램 점유율은 19.1%다. 마이크론의 HBM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약 5%인데, 이를 20%가량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다만 마이크론의 HBM3E 수율(생산품 중 정상 제품의 비중)이 변수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마이크론의 D램 생산능력을 고려했을 때 HBM3E 물량을 어느 정도까지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이 AI 열풍 전에는 HBM 사업을 주력으로 하던 업체가 아니었다는 점도 양산에 대한 의문을 키운다. 이번 마이크론의 발표만으로 HBM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추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마이크론이 HBM3E 양산을 공식화한 만큼 국내 반도체 기업이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본격적으로 HBM 시장에 진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제품 성능이 어느 정도 확보됐기 때문에 공식 발표에 나선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마이크론은 일본 히로시마 공장을 거점으로 HBM 제품 생산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10월 마이크론의 히로시마 공장에 최대 1920억엔(약 1조7000억원)의 보조금 지급을 결정했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업계 최대 용량인 36GB의 HBM3E 12단 개발에 성공했다. 수천개의 미세 구멍이 뚫린 D랩 칩을 수직으로 쌓아 칩 사이를 전극으로 연결하는 기술로 12단까지 적층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성능과 용량 모두 HBM3 8단 대비 50% 이상 개선됐다”며 “AI 학습 훈련 속도는 평균 34% 향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HBM3E 12단의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했으며, 상반기 HBM3E 8단과 함께 양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6세대인 HBM4도 개발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조만간 HBM3E 8단 제품 양산에 들어간다. 이날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3E 8단은 지난달 초기 양산을 시작했고, 가까운 시일 내 고객사 인증을 완료하고 본격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며 “HBM3E 12단 제품도 고객사 일정에 맞춰 순조롭게 제품화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세계 최초로 HBM3을 개발, 엔비디아 등 유력 고객사에 공급하며 HBM 시장에서 승기를 잡았다. HBM3 개발과 양산에서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HBM3E에서도 주도권을 지키겠다는 게 SK하이닉스의 목표다.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전체 D램 시장에서 점유율 45.7%를 기록하며 40%대를 회복했다. SK하이닉스는 31.7%로 집계됐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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