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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료공백 사태, 무조건 대형병원 찾는 풍토부터 바꿔야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22일 광주 광산구의 한 2차 의료기관에서 시민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의 집단행동으로 서울 주요 대형병원의 의료 공백이 심해지자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을 해소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환자들이 집 주변이나 지방 병원 대신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진료받아야 안심하는 풍토를 바꿔보자는 것이다. 주요 대형병원들이 환자 쏠림으로 부족해진 인력을 전공의로 채우면서 전공의 집단행동에 각종 개혁이 번번이 좌절되는 것도 부작용으로 거론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서울 대형병원은 중증 환자나 응급 환자 중심으로 운영되니 (경증 환자는) 주변의 병의원을 우선적으로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실 우리나라는 수도권 대형병원 선호 현상이 너무 심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지방에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원정진료 간 환자는 93만명이 넘었고, 수도권 전체 의료기관의 지방 환자는 265만여명이나 됐다. 그해 지방 환자의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진료비는 2조7060억원에 달했다.

‘수도권 쏠림’으로 서울역과 용산역, 수서역 등에는 대형병원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지방 환자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큰 병원 주변 여관에는 장기 투숙하는 지방 환자와 가족들이 넘쳐나는 기현상도 벌어진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피습 후 부산대병원 대신 헬기까지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간 것은 뿌리깊은 단면을 보여준다. 이는 지방 의료의 붕괴를 가속화시키고 수도권 중소형 병원의 경영악화를 초래한다.

수도권 대형병원들도 환자가 몰리면서 진료 역량이 분산돼 중증환자에게 충분한 상담이나 적기 치료를 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경증 환자는 집 주변 중·소형 병원을 이용하는 게 상식이다. 이는 상·하위 종별 의료 기관 간 유기적인 진료전달체계 구축에 필수 선결 요건이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고난도 진료에 집중하고, 경증 환자는 지역으로 회송한 뒤 지역의료기관과 진료협력을 강화하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데 속도를 내야 한다. 또 지방 병원의 신뢰를 끌어올릴 예산 투입과 정책 수단도 시급하다. ‘환자 쏠림’이 완화되면 서울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집단의 파워로 의료 개혁을 좌초시키는 악순환도 끊을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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