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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지역·다문화… 약자 배려하는 문화 정책 펼 것”

박물관 관람객 1000만명 시대…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에게 듣다

입력 : 2024-02-27 19:37/수정 : 2024-02-28 20:42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이 22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박물관 로비에 세운 디지털 광개토왕비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윤 관장은 “올해 상설전시실의 고구려실을 확대 개편해 이민족을 수용했던 고구려의 포용적 가치를 전파하겠다”고 밝혔다. 권현구 기자

서울이 흰 눈으로 덮인 22일 오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장실에서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을 만났다. 박물관 관람객 1000만명 시대를 맞아 중앙과 지역의 국립박물관을 총괄하는 사령탑의 정책 비전을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경주박물관 등 13개 소속 박물관 전체 관람객 수는 1047만 명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도 관람객 수가 처음 400만명을 넘어섰다. 윤 관장은 거창한 비전 제시보다는 내실 있는 전시 환경을 강조하면서 장애에 대한 배려, 지역에 대한 배려, 다문화에 대한 배려 등 포용적 사회 구현을 위한 세 가지 전시 방향을 제시했다.

-2022년 7월 취임했다. 1년 6개월이 흘렀는데 취임 이후 성과를 자평하자면.

“관장이 된 뒤 새로운 뭔가를 구상한 것은 없다. 오히려 학예연구실장(2021년 1월∼2022년 7월)으로 일하던 시기에 미래의 박물관이 이런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들을 지금 가시화하고 있다. 당시 세 가지 고민을 했다. 전시나 기반시설에서 심신이 불편한 분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나, 낙후된 지역에 산다고 해서 문화적으로 차별해서는 안 되는 거 아닌가, 또 다문화 가정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등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장애인 전시 정책과 관련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 결과 시각장애인을 위해 촉각, 청각, 후각 활용 등 다감각을 활용한 전시 체험 공간 ‘오감’을 조성하고 국민일보와 장애예술 국제심포지엄 ‘포용적 사회, 새로운 물결’을 공동 주최했다. 올해는 상반기 강진, 상주, 보령, 당진, 합천, 남원, 하반기 고령, 증평, 함안, 장수, 양구, 해남 등 전국 12개 중소도시를 찾아가는 전시를 한다. 교과서에 나와 친숙한 유물을 중심으로 소규모 전시를 꾸리고 교육, 공연과도 연계하려고 한다. 또 내년에는 다문화 가정과 관련한 전시 프로젝트를 마련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장애에 대한 배려, 지역에 대한 배려, 다문화에 대한 배려 등 세 개의 축이 내년에는 한꺼번에 움직이게 된다.

-장애 관련 올해 추가하는 전시 프로젝트는 뭔가?

“지난해 시각장애인을 위해 유물을 만져볼 수 있는 ‘오감’ 공간을 조성한 데 이어 올해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종소리를 ‘보여주는’ 전시를 하려고 한다. 상설 전시실 내 범종을 대상으로 청각장애인들에게 소리의 원리, 소리의 형태 등을 알려줌으로써도 종소리를 듣지 않고도 볼 수 있게끔 하려는 것이다.

권현구 기자

-국립박물관 관람객 1000만명 시대를 축하한다. 그런데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이 4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품 전시 등 블록버스터 전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있다.

“블록버스터 전시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 전체 관람객 418만명 가운데 내셔널갤러리 소장품전 ‘거장의 시선-사람을 향하다’전 관람객이 약 54만명을 차지하긴 했다. 그런데 블록버스터 전시가 50만명을 넘은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니 특별전 못지않게 상설전 관람객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지난해 상설전 관람객 비중이 전체의 73%를 차지했다. 과거에는 이 비중이 60%가 안 됐다. 상설전시실에 젊은 층이 좋아할 요소를 도입한 게 주효했다. 전시장을 찾는 인구 중 20, 30대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지난해 기증관 개편에 이어 올해 상설전시실을 새롭게 개편한다고 들었다.

“관람자가 제일 많이 찾는 곳이 1층의 구석기∼고구려실까지의 동선이다. 그곳을 개편해 고구려실을 기존 면적의 두 배로 키운다.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 용산시대가 열린 이후 소장 유물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강 유역과 경기도 북부 지역에서 고구려 유적의 발굴 성과가 있었고, 또 일제 강점기 때 소장품도 연구 성과가 축적돼 전시할 거리들이 많아졌다.

현재 고구려실은 고분 벽화 모사도와 경주 호우총 출토 고구려 청동 그릇 등 무덤 유물이 전부다. 이제는 고구려 역사의 체계적인 발전 과정을 좀 알 수 있게 좀 꾸며보려고 한다.”

-고구려실을 키우는 시대적 당위성이 있나.

“신라는 왕경(경주) 중심 사회였다. 왕경 아닌 곳은 다 지방이라고 했다. 왕경민이 가질 수 있는 관등과 지방민이 오를 수 있는 관등 사이에 차별이 있었다. 반면에 고구려는 열린 사회였다. 을지문덕 장군이 중국 귀화인 출신이라는 학계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 사회가 이제 다문화 사회로 가는 것은 필연적이다. 고구려 사회가 가졌던 포용적 가치관과 철학은 다문화 사회에 필요하다.”

끝으로 자료 공개의 개방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예컨대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의 경우 소장품에 대해 기증자 정보까지 상세하게 제공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검색 기능이 불충분하고 기증자 정보 등은 아예 나오지 않는 등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소장품 관련 정보를 박물관 소속 학예연구사들이 독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윤 관장은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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