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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왜 신·구 국민연금 체계 필요한가

신승룡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


국민연금, 아무런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30년 후에 기금이 소진된다. 현재는 근로소득의 9%가 국민연금 보험료로 납부되는데(보험료율 9%), 기금 소진 후 약속된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26% 포인트 더 올리거나 그에 상응하는 규모의 세금 투입이 필요하다. 국민에게는 너무 큰 부담이다.

연금 전문가들은 보험료율을 인상하거나 수급개시 연령을 늦추는 방식의 개혁을 우선으로 고려하지만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출 뿐 영구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가령 보험료율을 18%로 올리고 현행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 40%의 연금을 받으면 이는 납부한 보험료+운용수익의 86%밖에 받지 못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2080년경에는 기금이 소진돼 이 수익비조차 유지할 수 없다.

연금이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첫째, 현행 연금 구조는 앞세대가 보험료+운용수익보다 더 많이 받는 구조(기대수익비 1 초과)이기 때문이다. 이러면 뒷세대 누군가는 기대수익비 1 미만을 감당해야만 한다. 둘째, 출산율이 대폭 낮아지면서 인구 구조가 고령화되기 때문이다. 기대수익비가 1을 넘는 상황에서 비교적 더 적은 수의 젊은층이 더 많은 노령층을 부양하게 되면 기대수익비는 더 낮아진다. 가령 기금 소진 후 기대수익비는 0.44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명인 점까지 고려하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연금제도임이 분명하다.

만약 처음부터 모든 세대가 기대수익비=1만큼만 받는 구조였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구조 개혁을 제안한다. 기대수익비=1을 만족하는 ‘신연금’을 만들고, ‘구연금’과 분리하자. 즉, 지금까지 납부한 보험료에 대해 지급이 약속된 구연금은 현재 적립금과 일반재정만으로 충당한다. 그리고 새 제도 시작 이후엔 낸 만큼(보험료+운용수익) 받고 절대 고갈되지 않는 신연금으로 다시 태어나자는 것이다. 이렇게 개혁할 때 구연금에 필요한 재정부족분의 현재가치는 609조원으로 추산된다. 개혁이 5년 더 지체되면 재정부족분은 260조원 더 증가한다.

609조원이 큰 수치임은 분명하다. 이 중 대부분을 미래세대가 부담한다고 생각하면 그들의 실질적 기대수익비는 1보다 낮아진다. 그러나 여기에서 강조할 점은 낮아지는 정도에 있다. 이 방안은 높은 기금수익률의 이득을 최대한 많이 취하기 때문에 단언컨대 고정된 기금수익률하에서는 국민부담(보험료+일반재정)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현실적인 연금제도 중 기금을 최대한 많이 적립해 장기적인 기금운용 수익을 극대화한다. 둘째, 비교적 이른 시점에 재정을 투입해 높은 기금수익률의 이득을 더 많이 취한다. 물론 일반재정 부담이 일부 세대에게만 집중되지 않도록 정부가 국채 운용을 통해 적절히 세대 간 분담을 할 필요는 있다.

낸 만큼만 받는 국민연금에 어떠한 존재 의의가 있을까? 우선 지난 10년간 국민연금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보다 높았다. 평균적으로 개인이 투자하는 것보다는 국민연금공단이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개인계좌제가 아닌 코호트(세대)별 계좌제를 시행하면 기존 공적 연금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가령 세대 내 연대에 의해 사망할 때까지 안정적으로 연금을 받고, 현행과 같이 소득 재분배 기능 역시 담을 수 있으므로 저소득층은 낸 것보다 많이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행 소득대체율 40%만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연금의 보험료율은 15.5%로 올려야 한다. 다만 보험료율을 올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적정 보험료율은 향후의 국민적 논의 사항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민연금이다. 유례없는 출산율을 경험하고 있다면 유례없는 수술만이 해법이다.

신승룡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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