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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유럽은 침체, 美는 뜨거운 경기… 반대로 가는 기준금리

中, 5년물 우대 금리 0.25%P 인하
유럽, 금리 조기 인하 잇단 신호
美, 인플레 압력 강해 인상론 고개

게티이미지뱅크

경기 침체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중국이 기준금리를 갑자기 내린 데 이어 유럽연합(EU)도 조기 인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경기가 아직 뜨거운 미국에서는 오히려 기준금리 인상론이 대두된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각각의 경제 상황에 따라 상반된 행보를 보이는 모습이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20일 기준금리 중 하나인 ‘대출 우대 금리(LPR)’ 5년물을 연 4.2%에서 3.95%로 0.25% 포인트 인하했다. 5년물 LPR이 낮아진 것은 지난해 6월(0.1% 포인트) 이후 8개월 만이다. 인민은행은 2022년 이후 지난 20일 전까지 5년물 LPR을 3차례 인하했는데 각각 그 폭은 0.05~0.15% 포인트에 그쳤다. 이번 내림 폭은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빅스텝’에 해당한다. 금융 시장에서는 악화일로인 경기를 부양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고 해석한다.

최근 중국 경제 지표는 하향세가 뚜렷하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 하락해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째 내리막이다. 1월 기준으로 2009년 이후 15년 만에 낙폭이 가장 크다. 과잉 생산과 소비 부진이 겹치면서 농수산물부터 공산품까지 품목을 가리지 않고 가격이 하락하는 중이다. 특히 중국 제조업의 상징인 전기차 가격까지 낮아지고 있다. 중국 최대 완성차 제조사 비야디(BYD)는 지난해 말 대표 모델 ‘탕’의 가격을 1만 위안(약 185만원) 인하했다.

이런 소비 부진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 축소에 따른 결과다. 차이나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올해 춘제 상여금을 받은 직장인 비율은 20% 선으로 지난해보다 7% 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응답자의 평균 상여금 예상치도 6950위안(약 128만원)으로 지난해보다 20%가량 축소됐다. 최근 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조사에서는 중국 소비자 4분의 3 이상이 “지난해 하반기 적어도 하나 이상의 소비 항목에서 지출을 줄였다”고 답했다. 한은 베이징 사무소는 “중국 가계의 저가 상품 선호 패턴이 소비 개선 흐름을 제약할 것”이라는 내용의 분석을 내놨다.

여기에 수출 감소와 과도한 지방 정부 부채까지 겹쳤다. 수출의 경우 미국의 공급망 배제 영향이 크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중 무역액은 5750억 달러(약 766조1880억원)로 전년 대비 15% 이상 줄었다. 미국 무역 총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1.3%로 1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이 여파로 지난해 1~11월 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다. 지방 정부 부채는 지금까지 발행된 채권이 40조 위안(약 7400조원)어치인데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를 통해 조달된 암묵 부채가 60조 위안(약 1경1100조원)에 이르러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지난해 12월 중국의 국가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EU에서도 금리 인하 신호가 감지된다. 우선 EU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침체 그림자가 짙다. 독일은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3% 줄었는데 올해 1분기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이 예상된다. 독일 거시경제정책연구소(IMK)에 따르면 경기 침체는 올해 2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독일은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중공업 비중이 큰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준금리를 하루빨리 내리지 않으면 경기가 침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U의 주요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집행위원회는 이런 상황을 반영해 지난 15일 27개국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1.3%에서 0.9%로 낮춰 잡았다. 경제의 온도를 나타내는 물가 상승률은 올해 2.7%를 기록해 지난해(6.3%)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질 것을 예고했다. 내년에는 안정 목표치(2%) 수준인 2.2%까지 진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EU 경제의 성장 엔진이 애초 예상보다 빨리 식으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연 4.5%) 인하 시기가 시장에서 예상하던 6월보다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르면 4월 중 내려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반면 미국은 상황이 180도 다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강해 일각에서는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연 5.25~5.5%)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이런 논의에 불을 지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지난 16일 미국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Fed의 다음 행보는) 기준금리 인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 확률을 15%로 짚었다. 미국 주피터자산운용은 기준금리 인상 확률로 서머스 전 장관의 전망치보다 높은 20%를 제시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블룸버그 기고문을 통해 현재 기준금리가 (높은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릴 만큼)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은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3.1%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면서 “시장에서 예상하는 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3월에서 5월로, 5월에서 7월로 계속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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