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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업무 떠안은 간호사들… 전임의 이탈 움직임에 ‘불안’

수술보조 등 불법 진료 154건 달해
장기화땐 악화, 법적 보호장치 시급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사흘째인 지난 22일 오전 서울의 한 공공 병원이 외래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 집단 사직이 이어지면서 간호사들이 수술보조, 봉합 등의 불법 진료와 격무에 내몰리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간호협)는 23일 서울 중구 간호협회관에서 ‘의료파업에 따른 현장 간호사 업무 가중 관련 1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사들의 불법 의료행위 신고가 이날 오전 9시까지 총 154건 접수됐다고 공개했다. 간호협은 전공의들이 단체행동을 예고한 지난 20일 ‘의료공백 위기대응 현장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를 개설했었다.

간호사들은 ‘불법 진료 행위 지시’를 가장 큰 애로로 지목했다. 채혈, 동맥혈 채취, 혈액 배양검사, 검체 채취 등의 검사와 심전도 검사, 잔뇨 초음파(RU sono) 등 치료·처치 및 검사, 수술보조 및 봉합 등 수술 관련 업무, 비위관(L-tube) 삽입 등 튜브 관리, 병동 내 교수 아이디를 이용한 대리처방을 했다고 밝혔다.

환자 안전은 크게 위협받는 중이다. 간호협은 “심정지가 온 환자에게 당장 응급 약물을 처방하고 인공기관 삽관을 해야 할 의사가 없어서 환자 상태가 악화했다는 신고가 2건 들어왔다. 의사 부족으로 간호사가 중환자실에서 환자와 함께 의사를 기다리고 있다는 신고도 접수됐다”고 전했다. 신고된 의료기관 가운데 상급종합병원이 6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종합병원 36%, 병원 2% 순이었다. 신고한 간호사는 일반 간호사 72%, PA(진료보조) 간호사 24%로 일반 간호사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일부 전임의들이 이달 말에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병원을 떠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간호사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전임의는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를 취득한 뒤, 병원에 남아있는 의사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 A씨는 “전공의들이 그만두면서 기존에 하지 않았던 불법 진료를 떠맡고 있다. 사태가 지속하면 전임의들마저 그만둔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전임의들도 병원을 떠난다면 간호사들에게 노골적으로 불법 진료를 요구하는 병원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탁영란 간호협회장은 “간호사들은 법적 보호장치 없이 불법 진료에 내몰리면서 불안 속에서 과중한 업무를 감당하고 있다. 불법 진료 행위로부터 간호사를 보호할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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