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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사들의 지독한 선민의식, 의료개혁 필요한 이유다

전공의 업무중단 3일 차인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에 의사 집단행동을 규탄하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자보가 붙어 있다. 뉴시스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의사들의 거친 발언과 주장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논리로 동원하는 말들이 거의 막말 수준이다. ‘국민은 반에서 20~30등 하는 의사를 원치 않는다’는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의 발언도 그중 하나다. 이 회장은 20일 밤 방송된 ‘MBC 100분 토론’에서 “지역의사제를 통해 성적 낮은 학생을 뽑아서 근무시키면 그 의사한테 누가 진료를 받고 싶겠냐”면서 “지역의사제로 그 지역인재를 80% 뽑으면 반에서 20~30등 해도 의대를 간다”고 말했다.

현실을 모르는 얘기다. 아무리 의대 정원을 늘려도 반에서 20~30등 하는 성적으로 의대를 진학하는 건 불가능하다. 전국 고등학생들의 학력차가 없고 최상위권 학생들이 모두 의대를 지원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전교 2등 안에는 들어야 의대 진학을 자신할 수 있다. 전국 2379개 고교별로 2명씩 뽑으면 4758명으로 현재 의대 정원(3058명)을 훌쩍 넘는다. 내년부터 정원이 5058명으로 늘어나더라도 전교 3등이면 안정권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반에서 20~30등’은 꼴찌 수준이다. 2022년 기준 고등학교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22.6명이다.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논리를 억지로 만들려다보니 ‘꼴찌도 의대간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 것이다.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해 죽더라도 의사 책임이 아니다’라는 어느 의사의 주장도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21일 ‘더쿠’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중에는 “죽을병 걸려서 죽을 운명인 사람을 살려주면 그게 고마운 거지, 죽을 운명인 사람을 안 살려주면 살인이냐”고 반문하는 의사의 궤변이 있었다. 이 의사는 “돈도 빽도 없으면, 의사 진료를 못 봐서 죽으면, 자연의 이치대로 죽어가지 않느냐”고도 했다. 아무리 익명이지만 이런 인성의 소유자에게 의사의 자질이 있는지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의사들을 대표하는 지위에 있는 의사나 숨어서 익명의 글을 올리는 의사나 모두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이들의 비뚤어진 선민의식은 의료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돈이나 배경이 없는 환자는 죽어도 상관없다는 의식이 의사들 사이에 만연하다면 의사 선발 기준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의대 입시부터 인성 검사를 강화하고, 10년마다 재임용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법관들처럼 의사들도 주기적으로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성적이 조금 낮아도 인성이 뛰어난 의사라야 환자가 안심하고 몸을 맡길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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