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0㎞ 거리 최전방까지 구호품 배달 사역… “희망은 살아있다”

[우크라이나는 지금] <상> 잊혀진 피란민, 유일한 희망 신앙

우크라이나 군인이 지난해 11월 김창호 선교사에게 받은 구호 물품을 들고 있다. 김창호 선교사 제공

전쟁만큼 인간의 존엄성이 파괴되는 참혹한 현장이 있을까. 24일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년이 되지만 우크라이나에는 평화가 요원하다. 전쟁 초 피란민을 향한 세계적 관심은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대형 이슈로 차갑게 식었다. 그러나 절망 속에서도 기도와 구제, 사랑의 불씨가 꺼진 건 아니다. 피란민 곁에서 동고동락하는 크리스천의 활동상을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최전방에서 ‘목숨’ 건 사역

플루티스트 송솔나무 집사는 개전 한 달 뒤인 2022년 3월 현지로 가 난민 구출과 구호를 시작했다. 석 달에 한 번꼴로 귀국해 가족과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전쟁터로 돌아가는 생활을 2년간 반복하고 있다.

한국에 온 송 집사는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인 선교사들은 우크라이나에 가더라도 키이우와 루비브 등 비교적 안전 지역으로 분류된 곳만 갈 수 있다”며 “제가 헤르손을 비롯한 도네츠크 자폴리자 하르키우 등 최전방 지역까지 들어갈 수 있게 된 건 미국 국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선교사가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김창호 선교사 제공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국경에 구호물품 창고를 세운 송 집사는 우크라이나 최전방까지 구호품을 전달하고 있다. 그는 “처음 사역을 시작할 때만 해도 12명이 함께했는데 지금은 현지인 300여명이 함께한다”고 밝혔다.

최전방 사역 범위가 확대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송 집사의 사역에 동참한 현지인의 징집을 면제해주고 있다. 면제 조건으로는 주 1회 물자를 배달하고 이를 사진으로 남겨 활동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전쟁터인 이곳에선 이것 또한 목숨을 담보로 한 일이나 다름없다. 송 집사는 “최전방 지역까지 5300㎞ 넘는 거리를 승합차로 이동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총격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현재 그는 헤르손 근처 하르키우에서 난민 구출과 물자 전달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저와 팀원들이 이 일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흩어진 피란민… “신앙이 오직 희망”

군인들에게 구호품과 함께 나눠준 전도지. 김창호 선교사 제공

2008년부터 우크라이나 헤르손 일대에서 사역하는 김창호 선교사는 “전쟁 2주기를 앞둔 현재 방어 체계가 약한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관심에서 멀어져 최악인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여러 교회 후원을 받아 난민들에게 식수와 응급 키트 등을 지원했으며 군인에게 전도지 침낭 이불 등을 750개 지원했다. 김 선교사는 “헤르손에는 피란이 어려운 노인과 아동이 대부분으로 이들에게 신앙은 유일한 희망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의 장기화로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유럽 여러 나라를 전전하고 있다. 김철훈 한국교회봉사단 사무총장은 “특히 어린아이와 청소년은 교육의 단절을 넘어 가족·친구의 죽음과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 현지 목회자들이 든든한 영적 응원군이 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군목들의 활동은 전쟁터에 있는 군인들에게 많은 위로가 되고 있다”며 “이들은 위문품을 모아 전방에 전하는가 하면 말씀과 예배로 군인들이 영적으로도 무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일선 선교사들은 종전을 꿈꾸며 우크라이나의 회복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호소했다.

최근까지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접경에서 사역한 김에녹 선교사는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갈등과 분열을 전쟁으로 해결하려는 흐름이 생기는 게 안타깝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으로 전 세계 회복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아영 기자, 김수연 서지영 인턴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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