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쓰러진 어머니, 병원 연락 안돼… 대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의료 공백 이틀째 현장 대혼란

“응급실 가세요, 의사는 없어요” 안내
진료 도맡은 교수 “오늘도 집 못가”
마취과 없어 치과 등도 수술 중단

입력 : 2024-02-22 00:03/수정 : 2024-02-22 10:42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하며 정부가 군병원 12곳 응급실을 민간인에게 개방한 2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응급실로 이송된 민간인 환자의 보호자 가족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공의 집단사직 이틀째인 21일 전국 의료 현장의 혼란은 더 확산했다. 위급한 상태로 대형병원을 찾은 환자가 제때 처치를 받지 못하거나 응급실을 전전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도 속출했다.

2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40대 여성 A씨는 전날 모친이 쓰러진 것을 발견하고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에 연락했다. 앞서 같은 증세로 이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늦은 저녁까지 연락을 취했지만 병원과 연결되지 않았다. A씨와 모친은 인근 중소규모 종합병원을 찾았지만 “여기선 치료할 수 없다”는 안내가 돌아왔다. A씨는 결국 모친과 함께 서울성모병원을 다시 찾아 무작정 기다렸다. 그는 “병원을 떠난 일부 의사들의 행태에 화가 난다.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환자는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의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을 중심으로 ‘응급실 뺑뺑이’ 현상도 이어졌다. 이날 급성폐렴으로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한 남성은 ‘베드(병상)가 없다’는 설명을 듣고 급하게 구급차를 불러 다른 병원을 찾아 떠났다. 구급차에 실려 서울아산병원으로 온 또 다른 70대 남성은 목발에 몸을 간신히 의지한 채 응급실 앞에서 장시간 머물렀다. 응급실 앞에는 ‘병상 포화상태로 진료 불가’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진료 중 응급처치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 응급실을 찾는 일도 벌어졌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에서 진료받던 B씨는 폐에 물이 찼다는 소견을 받았다. 의료진은 B씨에게 응급실로 가 처치받을 것을 추천하면서도 “지금 가도 의사가 없어 치료받지 못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일부 병원은 ‘응급실 뺑뺑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서명을 환자들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강원도 원주의 한 병원은 이날 환자에게 ‘상급병원으로 옮기지 못해 건강이 악화하거나 사망해도 본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에 서명하도록 해 논란을 빚었다. 최근 이 병원으로 옮긴 환자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서명했지만 의사들로 인해 생명을 담보 잡힌 채 불안에 떨어야 하냐”며 울분을 토했다.

현재 전공의가 떠난 자리는 전임의와 교수 등이 지키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의 한 교수는 “앞으로 2주간은 남은 의료진이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그 후부터는 전임의도 나갈 것 같다”면서 “그때부터는 정말 수술과 외래진료 모두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의료 셧다운’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교수는 “3일째 집을 못 가고 있다. 오늘도 집에 가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을 남긴 뒤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아들의 치과 수술을 예약한 C씨는 ‘마취과 전공의가 없어 보류됐다’는 병원 측 안내를 받았다. 병원 관계자는 “치과뿐 아니라 마취가 필요한 수술은 일부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김재환 정신영 기자, 원주=서승진 기자 ja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