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감 부활” 여야 주장만 70회… 변죽만 울리고 흐지부지 [팩트 체크]

특별감찰관 유명무실 왜?

與, 靑·대통령실 눈치보며 ‘미적’
野도 공격거리 줄어들라 ‘뒷짐’

입력 : 2024-02-22 00:04/수정 : 2024-02-22 07:54
2016년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 재직 당시 서울 종로구 청진동 한 빌딩에 위치한 특별감찰관실 모습. 특별감찰관 자리는 8년째 공석이지만 사무실은 같은 건물에 그대로 있다. 올해 예산에도 특별감찰관실 운영비(사무실 임차료, 파견 공무원 3명 인건비 등)로 9억원이 편성됐다. 국민일보DB

대통령 친인척과 고위공직자의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이 8년째 공석이다. 현행법상 제도화돼 있고 활동 역시 해야 하지만, 2016년 9월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 사퇴 파동 이후 자리는 비어 있다. 사실상 형해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KBS와의 대담에서 “국회에서 (특별감찰관을) 선정해서 보내면 대통령실은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적극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왔다.

그러나 여야와 대통령실의 특별감찰관 임명 논의는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 여당은 야당 탓, 야당은 여당 탓에 몰두하고, 대통령실은 국회로 책임을 넘기며 팔짱만 끼는 흐름이 8년째 반복되고 있다. 특별감찰관을 놓고 겉으로는 ‘공직자 비리 척결’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뒷짐만 지는 정치권의 속내를 짚어봤다.

여야는 8년간 정권 교체로 집권당이 바뀔 때마다 “특별감찰관 부활” 목소리를 냈다. 국민일보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사직한 2016년 9월부터 역대 청와대·대통령실과 양당 지도부의 공식 발언 등을 전수 조사한 결과, 여야의 공개적인 ‘특별감찰관 임명 촉구’ 언급만 70차례에 달했다. 여야가 쏟아낸 특별감찰관 임명 촉구 논평은 총 19차례였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 및 대통령 4촌 이내 친족,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공무원을 감찰하는 독립적 기구다. 기존 민정수석실과 별개로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상시 감시하는 조직을 신설한다는 취지였다. 2014년 3월 박범계 의원 등이 발의한 특별감찰관법이 제정됐고, 이듬해 출범한 ‘이석수 특감’은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위를 감찰하다 청와대와 갈등을 빚고 2016년 9월 좌초됐다.

이후 특별감찰관 제도는 변죽만 울리다 흐지부지되길 반복했다. 특별감찰관법은 여야가 특별감찰관 후보 3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임명하도록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상대 당이 거부하거나 다른 조건을 끼워넣었고, 결국 양측 모두 논의를 중단하는 양상이 거듭됐다.


문재인정부 시절 야당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5년간 특별감찰관 임명 주장만 34차례 내놨다. 당시 원내대표는 돌아가며 “특별감찰관이 없는 2년반 동안 얼마나 많은 비위가 쌓였겠느냐”(나경원 전 의원) “대통령과 청와대를 위해서라도 특별감찰관이 있어야 한다”(주호영 의원)고 촉구했다.

윤석열정부 들어 민주당도 특별감찰관 부활 주장을 11차례 거론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월 “즉시 특별감찰관을 임명해 대통령 본인과 주변부터 엄히 단속하길 바란다”고 했다. 당내에서도 “특별감찰관 임명으로 대통령 친인척 비리 척결을 천명하라”(조정식 의원) “조속히 관련 절차에 따라 후보 추천에 나서자”(송기헌 의원)고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정작 여야 지도부의 후보자 추천 논의는 두 차례에 불과했다. 2017년과 2019년에 각각 여야가 특별감찰관 임명에 1차 합의했지만, 실무 논의 과정에선 특별감찰관 후보자를 누가 추천하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다 논의 자체가 백지화됐다.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도 특별감찰관 임명에 소극적이었다. 이들은 출범 초기엔 나란히 ‘특별감찰관 부활’을 혁신안으로 내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공석인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진행하고 그 기능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샅샅이 감시할 포청천 같은 특별감찰관을 추천하겠다”(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역대 정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특별감찰관 제도 정상화가 필요하다”(백혜련 의원)고 호응했다.

윤석열정부도 마찬가지였다. 20대 대선 직후인 2022년 3월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인수위에서 특별감찰관제 운영을 논의 과정에 집어넣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에서도 “당연히 임명하는 것이 상식”(권성동 원내대표) “당선인은 (특별감찰관)법을 무력화시킬 분이 결코 아니다”(장제원 의원)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두 정부 모두 얼마 지나지 않아 “국회가 추천하면 임명하겠다”며 수동적 자세로 돌아섰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국민의힘은 북한인권재단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특별감찰관 부활은 후순위로 밀렸다. 2019년 3월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특별감찰관 제도는 문제가 있다”며 공수처 설립을 앞세웠다. 그해 10월 이인영 원내대표도 “공수처가 설치되면 특별감찰관을 꼭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당시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공수처 만능주의’가 당내 대세가 되며 특별감찰관 논의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특별감찰관 도입과 동시에 북한인권재단을 출범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다만 4월 총선을 앞두고 최근 “특별감찰관을 설치해야 한다”(안철수 의원) “최소한 특별감찰관 선임 정도는 해야 한다”(김경율 비상대책위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민주당이 요청하면 응하겠다”(윤재옥 원내대표)는 입장이다.

누구도 먼저 안 나서는 정부 및 여야

전문가들은 여야가 법에 규정된 특별감찰관 추천 조항을 방치하는 ‘직무유기’를 벌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별감찰관법 제8조는 ‘특별감찰관이 결원되면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집권당 시절 특별감찰관 부활에 소극적으로 일관했고, 결국 야당이 된 이후에도 특별감찰관 임명에 앞장설 명분을 잃어버리게 됐다는 평가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특별감찰관 임명 주장은 지난해 8월 이후 잠잠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이 약속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라”(권칠승 수석대변인)는 브리핑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21일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이 왜 특별감찰관 임명에 미적지근한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대통령 친인척들이 비위를 쉽게 저지르라고 일부러 특별감찰관 제도를 방치하는 건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대여(對與) 공세를 위해 특별감찰관 추천에 소극적이란 해석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특별감찰관이 임명된다면 윤석열정부에 변화와 쇄신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이라며 “야당 입장에선 공격할 소재가 하나 줄어드는 셈”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22년 우상호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라디오에서 “저희 입장에선 특별감찰관 없이 김 여사가 계속 사고치는 게 더 재미있다”고 언급했었다.

문재인정부가 특별감찰관 임명 주장을 묵살한 전례도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공수처법 제정 이듬해인 2021년 2월 신현수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특별감찰관을 빨리 지명해야 한다”고 문 대통령에게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신 수석은 사의를 표명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빌미로 특별감찰관 임명 주장이 거론될 때마다 ‘야당 탓’을 했다. 지난해 8월 민주당이 특별감찰관 임명 주장을 꺼내자, 유상범 의원은 “6년 내내 직무유기로 일관하더니 무슨 낯으로 특별감찰관 도입을 이야기하느냐”고 반박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전 정부가 했든 안 했든 법에 규정된 특별감찰관은 임명해야 하는 것”이라며 “속내는 하기 싫어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제도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점도 부담 요소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인 2019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과거 특별감찰관 제도가 운영된 걸 보니, 감찰관이 권한이나 인력 면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KBS 대담에서도 “뭐 감찰관이다, 제2부속실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특별감찰관 같은 불편한 제도를 하자고 누가 먼저 말을 꺼낼 수 있겠느냐”고 했다.

여야가 미적대는 사이 정부의 ‘국회 탓’도 되풀이됐다. 문재인정부는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네 차례나 특별감찰관 추천을 요청했으나 국회가 응하지 않았다”(이철희 정무수석)고 했고, 윤석열정부도 “특별감찰관을 국회에서 추천해주시면 수용하겠다”(김대기 비서실장)며 소극적 자세를 보였다.

이에 대한 여야 비판도 판박이였다. 2020년 야당인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 공문을 국회에 보내지 않았다”(김도읍 의원)고 주장했다. 2022년엔 야당이 된 민주당이 “윤 대통령이 먼저 국회에 공문을 보내라”(박홍근 원내대표)고 촉구했다.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국회에 특별감찰관 추천 요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작 특별감찰관법엔 대통령이 후보자 추천을 국회에 요청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국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은 임명만 하면 되는 것”이라며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채 특별감찰관이란 제도만 뭉개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지금이라도 특별감찰관 임명해야”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국회와 대통령실이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한다. 특별감찰관의 대안으로 만들어진 공수처는 대통령 친인척 및 고위공직자 감찰 기능을 수행하기엔 버겁고, 민정수석실까지 사라진 상황에서 대통령실 내부감찰 기능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 시절 특별감찰과장으로 재직했던 차정현 공수처 검사는 저서 ‘특별감찰관법 강의’에서 “공수처는 수사기구, 특별감찰관은 사전예방적 감찰기구라는 점에서 기능에 차이가 있다”며 “법률 방어가 완강한 고위공직자의 경우 더욱 철저히 중복 감시 업무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장영수 교수는 “공수처의 규모와 인력, 전문성이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대통령 친인척 감시까지 하라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역대 정부마다 대통령 친인척·고위공직자의 비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별감찰관 임명을 더 늦춰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별감찰관 제도가 부활했다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윤 대통령이 최근 대담에서 “내게 그런 상황을 얘기했다면 조금 더 단호하게 대처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그런 역할을 특별감찰관이 수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창현 교수는 “특별감찰관이 두 눈 뜨고 감시와 견제를 했다면 (김 여사가) 고가의 가방을 받을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과거 특별감찰관실에서 근무했던 한 법조인은 “특별감찰관을 임명해 리스크 관리를 하는 것과 임명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민만기 교수는 “지금이라도 국회는 특별감찰관을 추천하고 대통령은 즉시 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팩트체크팀=양민철 박재현 박성영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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