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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좋은 품질의 사회서비스 선택할 권리 있어”

[국민 초대석] 조상미 중앙사회서비스원 원장

조상미 중앙사회서비스원 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중앙사회서비스원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사회서비스 고도화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이화여대 교수인 조 원장은 2022년 8월 초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최현규 기자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 사망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사회적 위험을 마주하게 된다. 오늘날에는 인구구조와 산업구조의 변화로 돌봄과 양육 부담이 증가하고, 노후 빈곤이나 사회적 고립 등 사회적 위험도 확산하고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이나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는 추세다. 과거에는 개인이 마주하는 삶의 위기들은 사적지지 체계를 기반으로 해결토록 했지만, 이제는 사회서비스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시대 변화 속에서 윤석열정부는 사회서비스 고도화를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복지와 돌봄 등 우리 생애 전 주기를 아우르는 사회서비스가 한 명, 한 명 개인의 삶에 흐를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그 물길을 내어주는 곳이 바로 중앙사회서비스원(중서원)이다.

조상미 중서원 초대 원장은 2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서비스가 지역에서 물처럼 흐르고, 내가 사는 지역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니며 생을 마감할 수 있는 나라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서비스는 아동이나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제공돼왔다. 이 때문에 사회서비스 질을 높이기 어려웠고, 선택권도 제한돼 왔다. 또 중산층 수요는 있지만 이를 충족하기 어려웠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1차 사회서비스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국민 누구나 필요할 때 누리는, 질 높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사회서비스’라는 용어는 여전히 추상적이고 낯설다. 조 원장은 “한 마디로 사회서비스는 우리 삶을 ‘힐(치유·HEAL)’하고 삶의 질을 증진하는 모든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HEAL은 건강 및 보건의료(Health), 환경(Earth), 전 생애에 걸친 복지서비스(Age), 주거·돌봄·문화여가(Living)의 앞글자를 딴 용어다. 조 원장은 “다시 말해 사회서비스는 국민의 삶을 보듬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위험을 해소·완화하기 위한 모든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내년이면 한국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2045년 1인 가구는 전체의 71.2%까지 늘어나고, 65세 이상 독거노인 가구는 절반(45.9%)가량인 371만 9000가구로 증가할 것이라는 통계청 전망도 나온 상태다. 조 원장은 “지역에서 물처럼 사회서비스가 흐르지 않으면 많은 국민이 고독하고 불행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다”며 “중서원은 그걸 총괄하고 구슬처럼 꿰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다.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이사 등을 지냈고 대학 내에서 국제처장을 지내는 등 보직을 9차례 맡으며 조직 관리와 행정 경험을 인정받았다. 2022년 4월에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디올’이 10여 년 만에 개최하는 국내 패션쇼를 이대에서 개최했는데, 이를 총괄 기획한 것도 조 원장이었다.

그는 “내가 했던 일들은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서로 다른 주체의 협업)’의 연속이었다”며 “중서원에서도 시·도 사회서비스원과 함께 전체적인 사회서비스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서원의 역할을 ‘뿌리 깊은 나무’에 비유하기도 했다. 조 원장은 “뿌리는 깊지만 가지는 흔들려야 한다. 우리의 미션과 기준은 뿌리를 깊게 두고, 방법론으로는 유연성을 두면서 외부 변화도 받아들여야 사회서비스 고도화를 견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중서원은 지난해 사회서비스 품질 평가와 사회 복지시설 평가 지표 고도화를 시작했다. 사회복지시설 평가는 시작된 지 20년 이상 됐다. 현재 A등급을 받는 비율은 80%에 육박하는 등 상향평준화가 된 상태다. 조 원장은 “기존 평가는 투입 위주였지만 사회서비스 품질평가는 2025년부터, 사회복지시설평가는 2026년부터 성과 위주로 바꿔 평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노인시설에 대해 평가를 할 때 인력 투입 수, 프로그램 개수 등 비교적 쉽게 측량 가능한 항목 위주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노인 낙상 감소나 건강 증진 등 이용자의 변화 위주로 보는 항목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평가를 위한 평가가 아니라, 이용자 변화를 이끌어내는 지표(안)을 개발했고,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면서 현장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품질평가를 통한 양적·질적 사회서비스 고도화를 이루면 사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높아질 것이라는 게 조 원장 설명이다.

특히 중서원은 올해 사회서비스 혁신에 중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조 원장은 “공급 주체를 다변화하고 민간 사회서비스를 활성화해 성장하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사회서비스 스타트업이나 비영리 조직 자원을 연결하여 공급자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민민·민관, 영리와 비영리 간 연계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특히 소규모 장기요양 제공기관들이 늘어나면서 서비스 질을 담보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표준화 모델도 공유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윤 정부의 사회서비스 고도화 정책이 결국 경쟁 체제 도입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성을 좇다가 서비스 품질이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과정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조 원장은 “경쟁체제를 조성하는 것이 초점이 아니라, 수요자의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것”이라며 “국민들은 좋은 품질의 사회서비스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평가를 통해 품질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는데도 기반을 잡지 못하는 공급자가 성장할 수 있도록 공급기반 혁신에도 나선다. 조 원장은 “복지기술을 비롯한 민간의 다양한 자원과 비영리조직을 잘 연계하면 사각지대 해소 등 약자 복지가 향상될 수 있다”며 “중산층 이상은 자기 부담금을 내더라도 이들의 선택권이 존중돼야 하고, 그렇게 되면 복지와 경제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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