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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러브 윈스 올

김상기 콘텐츠퍼블리싱부장


요즘 푹 빠져 듣는 노래가 있다. 세상에 선보인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곡인데 매일 출퇴근길 등에서 반복해 듣는 중이다. 지금까지 감상한 횟수가 못해도 300번은 훌쩍 넘었으리라. 가수이자 배우인 아이유가 2년여 만에 발표한 ‘러브 윈스 올(Love wins all)’이라는 곡이다. 사랑이 모든 걸 이긴다니. 제목이 어째 톡톡 튀는 요즘 K팝 노래들 같진 않아서 ‘나 같은 아재를 겨냥한 곡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노래를 듣자마자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뭐야 이거 좋잖아?

노래는 잔잔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이 폭발적으로 고조되는 발라드다. ‘비밀’과 ‘이름에게’ ‘Love poem’ ‘아이와 나의 바다’처럼 호흡이 길고 무게감 있는 곡이다. 또 기승전결이 명확하고 극적이다. 무엇보다 방탄소년단(BTS)의 뷔와 아이유가 함께 출연한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한 편의 SF영화를 보는 듯하다.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유와 한쪽 눈을 볼 수 없는 뷔가 누더기 차림으로 등장해도 그들의 빛나는 외모가 감춰지지 않듯, 웅장하고 화려한 심포니의 선율을 뚫고 나오는 아이유의 청명한 보컬에는 듣는 이의 감정을 북받치게 하고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는 힘이 있다. 미국 롤링스톤이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수 200인’에 오른 아이유이니, 그의 가창력이야 말해 무엇할까. 이를 증명하듯 음원 공개 1시간 만에 멜론 ‘톱100’ 정상에 올랐다.

사실 노래도 노래지만 나의 가슴을 더욱 요동치게 한 것은 바로 아이유가 쓴 트랙 인트로 전문이었다. 그는 지금을 ‘적의와 무관심으로 점점 더 추워지는 잿빛의 세상이며 대혐오의 시대’라고 말하면서 이를 사랑으로 이겨내자고 제안한다. 그러면서 “그곳이 어디든 오랜 외로움 그 반대말을 찾아서” 함께 가자고 노래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을 무기로 승리를 바라는 것이 가끔은 터무니없는 일로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직접 겪어 본 바로 미움은 기세가 좋은 순간에서조차 늘 혼자다. 반면에 도망치고 부서지고 저물어가면서도 사랑은 지독히 함께다. 사랑에게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

이제 나이 서른의 가수가 이렇게 멋진 말을 할 수 있는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수와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 시대적 아이콘이라는 지지를 받으면서도 10여 년간 수많은 안티들의 혐오 대상이 돼 맞서온 아이유의 내공이 쌓인 덕분일까.

혐오가 판을 친다. 익명을 무기로 삼은 인터넷 세상에서 혐오는 전염병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어느새 휴대전화를 가진 누구나 자유롭게 글과 사진, 영상을 올리고 퍼뜨릴 수 있는 SNS가 보편화하면서 이제 일상이 돼버린 느낌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혐오의 전쟁터가 됐다. 같이 어울리는 게 가장 자연스러워야 할 이성은 각자의 진영으로 나뉘어 ‘너 죽고 나 죽고’식 전쟁을 벌인다. 그뿐인가. 혐오는 지역과 인종, 종교, 세대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발작하듯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특히 선거철이 되니 성별과 세대를 가르고 부추겨 혐오를 불쏘시개로 삼는 정치인들이 불쑥불쑥 등장하는데, 그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행여나 주변에서 그런 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누군가 있다면 어서 아이유의 ‘러브 윈스 올’을 들려주고 귀를 씻게 하자.

‘♬ 부서지도록 나를 꼭 안아 / 더 사랑히 내게 입 맞춰 Lover / Our love wins all Love wins all / Love Love Love Love~♪’. 이 노랫말처럼 모든 걸 이길 수 있는 것은 혐오가 아닌 사랑이란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김상기 콘텐츠퍼블리싱부장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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