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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디지털 세상 ‘조세 사각지대’ 없어진다

‘디지털세 필라1’ 도입 코앞
조세 회피 노리는 다국적기업 대상
마케팅·유통비용 과세기준 표준화
소득발생국 과세 권한 강화에 방점

게티이미지뱅크

국경이 없는 디지털 세상에서 글로벌 기업의 수익에 대해 적정 세금을 매기는 일은 매우 어려워졌다. 삼성전자가 신형 스마트폰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한국 내 판매는 이익 규모에 맞춰 법인세 등을 매기면 되지만, 온라인을 통해 해외에 판매한 경우는 어떻게 판단할지 난감해진다. 수익이 발생한 국가에 세금을 내는 게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이미 한국에서 낸 세금과 이중과세가 되지 않기 위한 기준을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예 해외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 같은 경우도 각국이 곤란해하는 사례다. 수익은 각국의 시청자로부터 발생하는데, 본사가 위치한 국가에만 세금을 내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있다. 해외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현지 유통·마케팅 영업을 했다면 상황은 더 복잡하다. 이런 상황들은 글로벌 기업에 대체 어떻게 과세하는 게 공정한지에 대한 논의에 불을 붙였다. 논의의 중심에는 ‘디지털세’가 있다.

점점 구체화하는 ‘필라1’

일단 디지털세의 기본 틀은 잡힌 상태다. 글로벌 수익에 대해 실효세율 기준 15% 이상 세금을 내도록 한다는 내용의 디지털세 ‘필라 2’는 이미 한국을 비롯한 20여개국에서 올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전 세계 연간 매출액 7억5000만 유로(약 1조원)가 넘는 다국적기업이 대상이다.

아직 논의가 끝나지 않은 ‘필라1’ 역시 속도가 나고 있다. 필라1은 소득이 발생한 국가에 과세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기준이다. 기업 규모, 과세 대상 금액, 세율 등을 놓고 세부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이다. 디지털세 논의를 주도 중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의 ‘포괄적 이행체계’(이하 IF)는 일단 대상 기업 규모를 매출액 기준 200억 유로(약 28조8204억원) 이상으로 규정하는 데 합의했다. 규모에 부합하는 기업이라 해도 세전 이익률이 10%를 초과해야만 필라1 적용 대상이 된다.

어떤 국가가 얼마나 과세할 권한을 나눠 가질지에 대한 기준도 마련된 상태다. 우선 10%라는 이익률을 넘어서는 ‘초과 이익’ 중 25%에 대해 이익이 발생한 시장이 있는 국가(시장 소재국)가 과세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내용이 필라1의 뼈대 격인 ‘어마운트 A’다. 그러나 이 논의는 아직 최종 마무리는 짓지 못했다. 매출 중 시장 소재국에서 발생한 초과 이익이 얼마인지를 산정하기 위한 정확한 기준점을 못 찾은 탓이다.

특히 반도체 등 중간재의 경우가 문제다. 완제품과 달리 중간재는 어디서 최종 소비가 됐는지 특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마운트 A 단계가 시행되려면 최종 매출액 기준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돼야 한다.

어마운트 A보다 더 복잡할 수 있는 ‘어마운트 B’가 먼저 합의점을 찾았다. 어마운트 B는 기업이 모회사와 자회사 간 마케팅이나 원자재 유통 등의 활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이전가격에 대해 과세하는 체계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F는 지난 19일 이전가격 지침 최종안에 합의했다. 최종안은 기업 규모나 형태에 따라 적용할 판매수익률을 구체적으로 규격화했다. 과세 당국에 수익을 신고할 때 적용할 기준 수익률을 잡은 것이다. 농식품 등이 포함된 그룹1은 기업 규모에 따라 1.50~3.50%의 판매수익률이 적용된다. 한국이 강점을 지닌 IT 하드웨어 등이 포함된 그룹 2의 판매수익률은 1.75~5.00%으로 규정했다.

이 기준은 과세 관련 체계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유리한 점이 있다. 다국적기업이 특정 국가에서 마케팅·유통으로 발생한 판매수익률을 해당 국가 세정 당국에 신고할 때 이전가격 지침을 기준으로 과소 신고를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과소 신고한 금액만큼은 해당 국가에서 추가 과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르면 내년 발효

어마운트 A 논의가 끝나지는 않은 상태지만 어마운트 B는 곧바로 도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IF는 필라1의 어마운트 B를 2단계에 걸쳐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어마운트 B만 먼저 도입을 원하는 국가는 우선 내년 1월 1일 이후 과세연도부터 적용할 수 있다. 이때 어마운트 B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이후 어마운트 A가 발효하는 시점부터 함께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디지털세 적용 대상이 되는 기업으로서는 당장 내년부터 어마운트 B를 도입한 국가와 마주할 수 있는 셈이다. 당장 어마운트 B를 도입하는 국가가 적더라도, 어마운트 A 논의 속도에 따라 필라1 전면 적용도 멀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필라1 어마운트 A 역시 내년 발효를 목표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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