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中·인도에 막대한 원유 판매로 전쟁자금 넘쳐나

‘그림자선단’ 이용해 제재 회피
對인도 원유 수출 13배 이상↑
작년 정부 세입 역대 최대 기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우랄산맥의 니즈니타길 전차공장을 방문해 T-90를 포함한 주력 전차를 둘러보고 있다. 러시아 경제는 서방의 제재에도 건재한 것으로 평가된다.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지난해 연방 세입이 인도에 대한 370억 달러(49조5060억원) 규모의 원유 수출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등 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가 불법 ‘그림자 선단’(주류 정유·보험사와 거래하지 않고 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유조선들)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면서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CNN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랜드연구소 분석을 인용, 지난해 러시아 연방정부 세입이 사상 최대인 3200억 달러(약 428조원)를 기록했고, 올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세입 중 약 3분의 1이 전쟁에 사용됐고, 올해는 더 많은 금액이 투입될 전망이다.

러시아가 전례 없는 수준의 세입을 확보한 것은 인도 등에 대한 원유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핀란드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량을 전쟁 전보다 13배 이상 늘렸다. 해운 분석기업 윈드워드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인도로 직접 운항한 유조선이 588편에 달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제재를 피하기 위해 그림자 선단을 이용, 원유 거래를 활발히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CNN 취재진은 이달 초 그리스 기티오항에서 유조선 두 척이 나란히 붙어 선박 대 선박으로 원유 환적을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선박 대 선박 환적은 화물을 항구가 아닌 해상에서 다른 선박으로 옮기는 것으로, 화물의 원산지나 목적지를 위장할 수 있어 불법이다. 해운 모니터링 업체 폴스타 글로벌이 조사한 결과 러시아에서 출발한 선박이 그리스 라코니아만에서 다른 선박으로 환적해 인도로 향한 경우는 200회 이상이었다.

미국 재무부는 이달 초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 활동을 막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이동을 도운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과 기업에 대한 제재 패키지를 발표했다. 2022년 말부터는 러시아산 원유를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거래하지 않도록 하는 가격 상한제를 시행했다. 폴스타 글로벌의 데이비드 타넨바움은 “거의 모든 선박이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 연결돼 있고 가격 상한선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러한 환적의 주된 동기는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원유는 인도 서부 해안의 정유 공장에서 정제된 후 미국 등으로 수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밖에서 정제된 제품은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CREA는 “미국은 지난해 러시아산 원유로 만든 인도산 정유 제품의 최대 구매국이 됐다”고 전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해 서방의 대러 제재를 무력화시켰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인도가 저렴한 러시아산 원유를 앞다퉈 사들이면서 러시아 동시베리아(ESPO) 원유 가격이 지난해 서방이 상한선으로 제시한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