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우습게 보는 기업 경영…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원인’

[주주환원 시대로 밸류업] ② ‘바보’된 소액주주


한국 기업의 주주환원 수준이 낮다는 지적은 오랫동안 반복돼 왔다.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자기주식(자사주)을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이용하는 등 주주환원과 반대되는 행태를 일삼고 있다. 일반 주주를 외면하는 일부 기업들의 경영 관습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다.

KB증권에 따르면 2013~2022년 10년간 한국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29%로, 주요국 대비 크게 낮다. 91%인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고, 신흥국(38%)과 중국(31%)보다도 낮다. 주주환원율은 배당 성향과 자사주 매입률을 더한 수치로, 주주환원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낮은 주주환원 수준은 주가 가치를 떨어뜨린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분석’ 보고서에서 “주주환원 수준이 높을수록 가치 평가 수준이 높다”며 “한국의 낮은 주주환원 수준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금융 당국도 자사주 관련 규제가 미흡해 기업들이 주주환원 목적의 자사주 취득이나 소각에 소극적이라고 진단하면서 지난달 공시 강화안을 발표했다. 일정 규모 이상 자사주를 보유한 경우 공시 의무를 부과하고, 자사주를 처분할 때 처분 목적이나 일반 주주의 권익 영향 등을 주요사항 보고서에 담도록 했다. 다만 자사주 소각 의무는 담지 않았다.


해외는 기업에 주주환원을 독려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은 자사주가 자본금의 10%를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을 취득한 때로부터 3년 이내에 소각 또는 매각하도록 강제한다. 일본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기재한 기업 명단을 매월 공표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 금액과 배당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자사주 매입 발표 규모는 1조3000억엔(약 11조5670억원)을 넘겨 최근 3년 새 매입 속도가 가장 빠르다.

국내 상장기업들도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앞두고 주주환원 방안을 내놓고 있다. 올해 들어 상장법인 20개사가 총 3조1751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시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경영권 분쟁과 행동주의펀드의 사익 추구 논란 등이 일고 있다. 경영권 분쟁 중인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의 조카가 자사주 소각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리겠다고 밝혔고, 삼성물산은 행동주의펀드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 증액 요구를 받고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20일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국내 기업의 주주환원율을 고려하면 행동주의펀드 요구를 무리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배당금을 높이고,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조치는 전반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시적 자사주 매입 등 단기적 주주환원 확대는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쿄증권거래소는 보고서에서 “일회성 또는 일시적 대응으로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만 시행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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