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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버려두고… 법과 숨바꼭질

전공의들, 업무개시명령 회피 부심
문자송달 법적 효력 쟁점으로 부상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근무 중단을 선언한 전공의 대표들이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 모여 임시대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정부가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 총 831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면서 현직 의사들에 대한 무더기 수사·기소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공의들은 명령 송달을 무력화하기 위한 방안도 공유했다. 실제 기소까지 이뤄질 경우 ‘문자 송달’ 효력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최근 전공의들 사이에서 ‘업무개시명령 어떻게 대처할까요’라는 게시물이 확산하고 있다. 교부 우편 송달은 수령을 거부하고, 정보통신망 송달은 ‘확인 입증이 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며 전화를 받거나 문자를 확인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명령을 송달받고 따르지 않는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0일 “정부 명령을 회피하고 법적제재를 피하는 법률 공부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라 의술로 사람 살리는 일을 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당시 대법원은 일부 피고인에게 업무개시명령이 적법하게 송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폐문 상태였던 병원에 명령을 부착한 것은 송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일간지 등에 공시한 경우 “피고인의 주소 등을 통상의 방법으로 확인할 수 없거나 송달이 불가능한 경우라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문자메시지 송달 등에 관한 법적 근거는 2022년 마련됐다. 정부는 이에 근거해 문자 등 방법으로 명령을 송달하고 있다. 의료법 전문 A변호사는 “고의로 알면서도 회피하는 것이므로 문자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송달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구체적으로 (방법을) 설명 안 하겠다. 설명하면 또 대응책이 나온다”면서도 “모든 시나리오에 법적 검토를 마쳤다”고 했다.

개인 사유를 들어 사직한 때 정부 명령이 유효한지도 쟁점이다. 앞서 의약분업 사태 때 항소심 재판부는 폐업한 개업의에 관해 “실제 폐업하려 한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 폐업을 가장해 집단휴업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업무개시명령 거부에 유죄 판결을 내렸다. A변호사는 “집단적 의사표시를 감안할 때 진정한 의미의 사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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