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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하나님의 일터] 대기업 연봉도 ‘생명 살리는 구호’ 막을 수 없었다

박한영 월드비전 과장

박한영 월드비전 과장이 최근 서울 영등포구 본사 예배실에서 자신의 일터에 담긴 신앙과 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전 세계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재난이 발생합니다. 재난 규모와 심각성에 따라 1부터 3까지 카테고리가 나뉘고 가장 긴급하게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분석하죠. 코로나19 이전에는 1년 365일 중 4분의 1 정도는 해외 구호현장에 있었어요.”

최근 서울 영등포구 월드비전(회장 조명환) 본부에서 만난 박한영(39) 국제구호 취약지역 사업팀 과장의 일상은 발견과 연결, 지원과 해결의 순환으로 채워진다. 실시간으로 재난 현장을 모니터링 하는 국제본부 동료들과 긴급 구호가 필요한 사람들을 발견하고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을 비롯한 국제기구와의 연결을 통해 지원을 집행하며 상황 해결을 돕는다.

월드비전은 100여개국 4만3000여명의 직원이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구호 활동을 펼치는 세계 최대 민간 국제기구다. 박 과장은 올해로 입사 9년 차다. 국제개발 사업팀을 거쳤다. 박 과장에게 월드비전은 삶을 관통하는 목적이 오롯이 녹아 있는 일터다. 그는 “행하지 않으면 사람이 함께 살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을 흘려보내는 일”이라며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신 원리가 거기 있고 그 원리대로 살려고 발버둥 치다 자연스럽게 오늘에 이르게 됐다”며 웃었다.

컴퓨터공학도, 구호의 길을 내다

박한영 과장이 에티오피아 자비테흐난 지역에서 주민들에게 저축그룹 활동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월드비전 제공

컴퓨터공학 전공자였던 그에게 국제구호 NGO에 둥지를 트는 건 예정된 계획이 아니었다. 2008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모로코 마라케시 지역에서 군 복무를 하던 당시 국제개발 분야를 경험한 것이 출발점이 됐다.

“IT 컨설팅과 프로그래밍 교육을 하는 게 주요 직무였는데 도시 외곽 마을에 가보니 학교가 없어서 교육을 못 받는 아이들이 태반이더군요. 마음에 맞는 한국인과 모로코인 봉사단원, 미국에서 온 평화봉사단 친구들끼리 방학 때마다 교육 캠프를 열면서 아이들을 만나러 갔죠. 그때 만난 아이들의 표정, 변화하는 마을들을 보며 마음을 먹었어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일을 전문적으로 해봐야겠다고요.”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선 배움이 필요했다. 국제 개발학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재정이 부족했다. 디딤돌을 마련하기 위해 취업을 결심한 그는 기업의 해외 영업 부서에 몸담으며 3년 후 대학원생이 돼 있을 자신을 그렸다. 그리곤 정확히 3년 뒤 입사 전 스스로 새겼던 결단을 이행했다.

“주변에서 조언과 회유가 쏟아졌습니다. 안정적인 대기업 연봉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 업무와 석사 과정 병행에 대한 권유, 해외 주재원 업무를 맡으며 국제개발과 사회공헌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회유 등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하지만 한 번 내린 결단을 되돌릴 순 없었습니다.”

박 과장은 그렇게 6개월을 더 근무한 뒤 개발학 공부를 위해 영국으로 향했다. 이후 석사 논문을 쓰던 중 예비해둔 것처럼 진행된 수시 채용을 통해 월드비전과 함께하게 됐다.

생명 살리는 구호=하나님 나라 구현

‘생명을 살리고 고통을 경감시키고 존엄성을 지킨다.’ 박 과장이 자신의 사무실 벽에 붙여두고 늘 가슴에 새기는 문장이다. 지진 홍수 등으로 생활 터전이 무너진 이재민, 전쟁의 참혹함 속에 살아가는 피란민 등을 돕기 위해 피해 현장으로 향하는 그에겐 이 문장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고백이 있다. 바로 ‘내가 선 자리, 내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 자리가 하나님나라가 되게 하려면 이곳을 회복시키는 게 필요하다. 그것이 천국을 소망하는 자의 삶’이라는 생각이다.

누구에게나 재난은 피하고 싶은 존재다. 재난을 당한 이도, 그들을 위해 손을 내미는 이도 마음은 무겁다. 발생한 재난이 채 회복되기도 전에 또 다른 재난이 엎치고 덮칠 때 그 무게감은 더 커진다. 박 과장은 “현재 세계 각 지역에서 대응 중인 재난 현장은 60여개인데 10년 전에 비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최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분석해 의사 결정을 내리고 신속한 지원이 이뤄지게 하기까지 많은 이들이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랑의 물길, 멈추지 않고 흐르려면

그에겐 고민의 깊이가 깊어지고 신앙적으로 흔들릴 때마다 푯대처럼 묵상하는 성경 구절이 있다.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고후 6:10) 박 과장은 “성경이 곡물을 벨 때 소외된 이들을 위해 밭 모퉁이까지 베지 말고 남겨두라고 하신 것처럼 작은 것으로라도 사랑을 흘려보내는 이들이 세상에 더 많아지길 소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호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전한 후원자 이야기를 들려줬다.

“도움을 받은 주민들이 고마움을 표현하며 닭이며 염소를 가져다주실 때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그분들에게 얘기합니다. 제가 드리는 게 아니라 여러분들처럼 평범한 시민들 수십만명이 모은 사랑을 대신 드리는 거라고요. 이 점을 기억하고 훗날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 때 꼭 사랑을 전해달라고 말입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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