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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터지는 불공정거래·주가조작… 피해는 개미 몫

[주주환원 시대로 밸류업]

미공개 정보 이용·시세조종 등
범죄 수법 갈수록 조직화·고도화
개인투자자 소송 외 구제 방법 없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 행위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사진은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조작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라덕연씨가 지난해 5월 11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는 모습. 뉴시스

한국 증시가 신뢰를 잃은 배경엔 잊을 만하면 터지는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다.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로 대표되는 3대 불공정행위는 그 수법이 갈수록 조직화, 고도화하고 있다. 이에 당한 개인투자자들은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보지만 소송 말고는 구제받을 길이 사실상 없다.

지난 14일 서울남부지검은 영풍제지 시세조종 일당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의 부당이득액은 6600억원대로, 단일 종목 주가조작 범행 중 최대 규모다. 이들은 2022년 10월∼지난해 10월 330여개 증권계좌를 이용해 가장·통정매매, 고가 매수 주문 등 시세조종 주문을 해 주가를 끌어올렸다. 영풍제지 주가는 2022년 10월 25일 3484원에서 1년 뒤 4만8400원으로 14배가량 급등했다. 지금은 19일 종가 기준 2325원으로 ‘휴지조각’이 됐다. 시세조종 일당이 챙긴 부당이득액은 증시 전체 불공정거래의 연간 피해 규모(2021년 6327억원)와 맞먹는다.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조작 사태 등 피해가 반복되자 지난해 7월 국회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했다. 불공정거래 당사자가 얻은 부당이득의 최대 2배로 과징금을 물리고, 포상금 최고 한도를 30억원으로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에는 불공정거래에 대해 벌금·징역 등 형사처벌만 가능했지만 불공정거래로 얻은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부당이득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 40억원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과징금은 피해자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피해자가 구제받을 방법은 개별 소송밖에 없는 셈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불공정거래 규제 관련 주요 제도 변화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소액의 투자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은 자신의 실제 손해액에 한정되지만 소송비용은 상대적으로 높아 실제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이 2005년 시행됐지만 2023년 9월까지 관련 소송은 11건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집단소송의 경우 피해자가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기업이 협조를 거부하면 증거자료 확보가 거의 불가능해 현실적으로 소송 준비가 어렵다. 한국거래소에 불공정거래 피해자 소송지원센터가 설립됐지만 제공되는 자료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 탓에 센터에 법률 상담이 접수되는 건수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부당이득 환수금과 민사제재금을 피해자에게 분배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부당이득 환수금과 민사제재금을 기금으로 조성하고 있다. 2022년 기준 64억3900만 달러(약 8조6000억원)가 기금에 적립됐고, 9억3700만 달러(약 1조2500억원)가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미국 연방법원에 제기된 증권 관련 집단소송은 매년 200~400건 수준이다. 자본연은 “불공정거래도 사기범죄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에게 배상할 유인을 가해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조언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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