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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포럼] 북한 문제 어떻게 다룰 것인가

최영진 전 주미대사


'북한=형제국가' 틀렸다
그러나 최대 위협으로만
대하는 것도 반쪽짜리 외교

한·미동맹 강화해야 하지만
中 멀리하면 대북 지렛대 잃어

다른 나라보다 앞서 북한을
적대적으로 몰 필요는 없다

국내의 관심은 오는 4월 10일의 총선에 쏠려 있다. 과거 선거 때 자주 등장하던 ‘북풍’은 조용하다. 그러나 남북 간의 심각한 무력 대치 상태는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언제든 우리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5일 “남한은 제1의 적대국이며 불변의 주적”이라고 선언했고 올해 들어 거의 매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한국은 북한을 대할 때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는 한 가지 본질적으로 다른 측면을 갖고 있다. 북한이 안보 위협의 원천이지만 동시에 북한 주민은 같은 민족(형제자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북한을 다룰 때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하는 외교를 해야 한다. 한쪽 측면을 아예 무시하면 실패하는 외교가 된다.

문재인정부는 형제국가라는 측면만 보고 대북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북한은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문정부는 ‘소대가리 정권’이라고 불리며 모멸을 당했다. 이런 실패를 피하려면 북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북한 문제의 근원에는 김정은 정권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억압과 통제를 통해 권력을 유지한다는 점이 있다. 북한은 장기적으로 경제 발전을 이루지 못하면 소련처럼 소멸하게 된다. 그런데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주민에게 자유를 줘야 하고 통제를 이완해야 한다. 그러면 정권은 소멸의 길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딜레마가 북한 문제의 본질이다.

자유를 억압하고 강력히 통제하면서 경제도 발전하는 그런 묘약은 없다.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던 문재인정부와 이에 공감했던 미국과 북한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회담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궁극적으로 북한은 중국처럼 경제적으로 회생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거나, 아니면 소련처럼 핵을 움켜쥔 채 시민을 통제하며 경제를 도외시하다 소멸하는 두 가지 경로 중 하나를 걸을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한 ‘북한은 형제국가’라는 외교도 문제지만 반대로 “북한은 우리 안보의 최대 위협”이라며 북한을 대하는 것도 반쪽짜리 외교다. 현 정부는 북한이 우리 안보의 최대 위협이라는 측면만 보고 대북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북·대미·대중 외교에 혼선을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북한이 우리 외교에 던지는 이질적인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우리의 대미·대중 정책도 제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된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중국을 불필요하게 멀리하는 정책을 써서는 안된다. 원활한 대북 정책을 위해 필수적인 중국의 협력을 깡그리 거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반드시 피해야 하는 전략이다.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은 좋지만 한국이 북한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장서서 적대적으로 밀어붙이는 외교는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생존이 걸린 안보 문제를 북한과 해결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대화와 외교의 문이 어떤 상황에서도 열려 있다는 것을 북한이 알게 해야 한다.

그것도 미국이나 일본보다 먼저 북한이 알게 해야 한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정부는 적대적인 대북 정책만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면서도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며 외교적 노력을 병행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정부가 대북 정책에서 고려할 두 가지 측면 중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다른 나라가 북한과의 대화나 협상에서 앞서 나가는 상황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북한 인권 문제 등에서도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해 대남 적대감을 키울 필요가 없다. 유엔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가 결의안으로 올라오면 우리는 반드시 찬성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결의안을 앞장서서 추진하거나 결의안추진위에 참석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안보에 걸린 국익이 북한의 인권을 앞서기 때문이다.

대화와 협상의 길은 어렵더라도 열어놓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국내는 물론 북한에도 알리는 열린 외교가 필요하다. 북한이 우리에게 무엇인지, 그리고 북한이 안고 있는 딜레마가 무엇인지 북한의 본질을 알고 북한 문제를 다뤄야 한다.

최영진 전 주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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