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보다 倍 오른 밥상 물가… 설 지나도 내릴 기미 없다

각종 기후 변동에 과일값도 급등

과일값이 전체 인플레 7분의 1 차지
저장 물량도 줄어 당분간 지속 전망

새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떨어졌지만 상반기 다시 상승 폭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물가는 1년 전보다 6.0%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 폭(2.8%)의 2배를 웃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한 시민. 연합뉴스

설 명절 연휴 마지막날 가계부 앱을 점검하던 신영주(46)씨는 허리를 곧추세우고는 태블릿PC를 켜고 계산기 앱을 열었다. 필요한 것만 최소한으로 샀는데, 지난해 추석보다 지출 규모가 배 가까이 늘었다. 신씨는 “최근 3~4개월 사이 비슷한 규모의 소비에 지출이 배 가까이 되는 걸 보면서 심각한 고물가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신씨처럼 이번 명절 준비를 하면서 고물가를 절감한 소비자들이 적잖다. 채소·과일·고기·수산물 등 신선식품을 사면서 어느 때보다 높은 물가를 확인할 수 있는 설 연휴였다. 1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애호박 1개 가격은 3105원이었다. 1년 전 가격(2446원)보다 27.0% 상승했다.


오이나 시금치처럼 명절에 주로 쓰이는 식재료 가격도 급등세를 피하지 못했다. 오이는 개당 2436원으로 1년 전 2086원보다 16.7% 올랐다. 시금치는 100g 가격이 1074원으로 1년 전(855원)보다 25.6% 상승했다. 시금치가 보통 400g 한 단으로 판매되는 걸 감안하면 잡채 2~3인분에 들어갈 시금치 한 단에 약 4300원이 드는 셈이다. 명절에 최소 4인분 이상 잡채를 만든다면 시금치에만 8000원 넘는 돈을 써야 하는 셈이다. 구내식당 점심값에 맞먹는 금액이다.

지난가을 제철과일은 폭염·폭우·가뭄·홍수 등 온갖 기후 풍파에 시달린 데다 탄저병까지 유행하며 흉작을 피하지 못했다. 작황 부진으로 급상승한 과일가격은 겨울철에도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aT에 따르면 설 연휴 직전인 지난 8일 기준 단감 10개 가격은 2만1390원이었다. 개당 2140원꼴이다. 연초부터 급상승하던 감귤가격은 지난 6일 처음으로 개당 600원을 넘어섰고(10개 6053원), 지난 7일 10개에 6058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8일에는 그보다 다소 떨어져 감귤 10개 가격이 전국 평균(5879원)에 판매됐으나 1년 전(3503원)과 비교해 67.8% 급등했다.

과일가격 급등세는 물가 상승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에서 ‘과실’의 물가 기여도는 0.4% 포인트로 나타났다. 이는 1월 물가상승률(2.8%) 가운데 과일만으로 전체 인플레이션의 7분의 1을 끌어올렸다는 걸 의미한다. 이 수치는 2011년 1월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다.

문제는 전망치가 밝지 않다는 데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과일가격이 안정세를 찾을 요인이 당분간 거의 없다고 본다. 여름과일이 본격 출하되기까지 저장과일에 의존해야 하는데, 저장과일 물량도 전년 대비 30%가량 줄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과가격이 개당 5000원일 때가 있었다. 이때 충격이 워낙 커서 소비자들이 사과를 안 사는 상황에 이르며 수요가 줄었고 가격이 내려갔다”며 “다른 과일도 그런 흐름을 이어갈 수 있겠으나 평년 수준으로 떨어질 거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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