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노리는 빨간바지 마법사… “목표는 욕심내지 않겠다”

김세영 선수

오는 22일 개막하는 혼다 LPGA 타일랜드를 시작으로 아시안 시리즈 3개 대회에 연속 출전하는 김세영은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초를 다시 탄탄히 다져 매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DB

“지난 3년여간 성적은 스스로 도저히 용납이 안된다.”

올 시즌을 그 어느 해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맞이한 선수가 있다. ‘빨간바지 마법사’ 김세영(30)이다. 김세영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통산 12승을 거두고 있다. 한국 선수로는 박세리(25승)-박인비(21승)-고진영(15승)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승수다.

하지만 2020년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 이후 최근 3년여간 우승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LPGA투어에 데뷔한 이후 2020년까지 6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1승 이상을 거뒀기에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팬들 충격은 컸다.

그의 이름 앞에는 ‘빨간바지 마법사’ ‘역전의 명수’ ‘기적을 부르는 소녀’ 등의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프로 데뷔 이후 거둔 17승 가운데 한 대회도 드라마틱한 승부가 아닌 것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팬들은 그동안 보여줬던 강한 승부 근성으로 부진의 터널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길 바랐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는 이런 바람에 부응하지 못했다. 지난달 29일에 막을 내린 LPGA투어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을 끝내고 귀국한 김세영을 만났다.

김세영은 지난해 시즌을 마치자마자 어머니 도움을 받아 미국 플로리다에서 개인 전지훈련을 했다. 그는 “그만큼 절박했기에 휴식 없이 곧장 올 시즌 준비에 들어갔던 것”이라며 “엄마가 해주는 건강식을 먹으면서 그동안 잘 안됐던 쇼트 게임 훈련에 치중했는데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훈련 효과는 성적으로 드러났다. 김세영은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에서 한국 선수 중 가장 상위인 공동 13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그는 “마지막 날에 강한 바람으로 고전한 것 말고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며 “훈련 성과는 틀림없이 있었다. 아직은 잃어버린 샷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김세영은 태국으로 건너가 방콕 인근 로터스 밸리CC 이경훈 프로 캠프에서 1주일간 스윙 체크를 받은 뒤, 오는 22일 개막하는 혼다 LPGA 타일랜드 대회장인 시암 올드 코스가 있는 파타야로 이동해 1주일간 개인 훈련을 할 계획이다. 혼다 LPGA 타앨랜드를 시작으로 1주 간격으로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과 중국 하이난섬에서 개막하는 블루 베이 LPGA에 차례로 출전할 예정이다.

김세영이 아시안 시리즈 3개 대회에 모두 출전하기는 처음이다. 부진 탈출을 위한 일종의 배수진을 친 셈이다. 그는 “시즌 초반부터 모든 일정을 소화하는 건 처음이다. 어떤 결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아직은 샷감을 더 끌어 올려야겠다는 판단에서”라고 출전 이유를 설명했다.

3회 연속 올림픽 출전에 대한 속내도 밝혔다. 김세영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잇따라 출전했으나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 올림픽 출전은 아주 먼 얘기”라며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앞으로 2주간 잘 준비해서 샷감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것”이라고 했다.

김세영은 LPGA투어에서 활동 중인 한국 선수 중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고참이 됐다. 다만, 은퇴를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는 “몸이 허락할 때까지 선수 생활은 계속할 것이다. 내 몸이 퍼포먼스를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직 체력 문제는 없다. 꾸준한 웨이트 뿐만 아니라 식단에도 변화를 줬다. 김세영은 “엄마가 해주는 건강식에다 채소와 콩단백질을 늘리고 좋아하는 육류 섭취량을 줄이는 노박 조코비치(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식단을 요즘에 따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몸이 예전보다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다. 확실히 몸에 변화가 있다. 아주 건강해진 것 같아 좋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김세영은 스윙과 체력을 업그레이드 했지만 목표에는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그는 “기초를 다시 탄탄히 다져 매 대회를 준비하겠다”면서 “준비는 철저히 하고 결과는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짧은 한국 일정에도 불구하고 절친인 배희경(30)과 선배 김자영(32)을 만나 그동안 못한 수다도 떨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김세영은 “두 사람한테서 선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은퇴자 입장에서 그동안 뼈저리게 느낀 점을 말해줘서인지 귀에 쏙쏙 들어 왔다”고 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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