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반발·통상 마찰 우려… 좌초 위기 몰린 플랫폼법

공정위, 내용 공개 무기한 연기
‘사전지정’ 재검토… 대안 논의 중
향후 행보는 진퇴양난 될 가능성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이 국내 업계 반발과 미국 재계 반대 등에 막혀 제동이 걸렸다. 공정위는 학계·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법안의 핵심인 ‘사전지정제도’까지 전부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달 중으로 예고했던 법안 내용 공개도 무기한 연기된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플랫폼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추가로 의견을 수렴하고, 법안 내용이 마련되면 조속히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많은 논란을 부른 사전지정제도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제도에 대한 업계의 거부감을 고려해 대체 수단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플랫폼법은 구글, 네이버 등 ‘공룡 플랫폼’을 미리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이들의 반칙 행위를 기존 공정거래법보다 신속하게 제재하는 법안이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폐해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업계는 기업의 손발을 묶는 ‘사전규제법’이 될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해 왔다. 지난 5일에는 국회 입법조사처도 “플랫폼에 대한 내·외부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대론에 힘을 보탰다.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 상공회의소(AMCHAM)도 우려를 표하면서 국가 간 통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반대 여론을 고려해 설 연휴 전후로 계획했던 법안 세부 내용 발표를 무기한 연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한 전략적 숨 고르기”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연휴 이후 전문가와 소통하며 사전 지정 없이 효과적으로 대형 플랫폼을 규제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이런 행보는 ‘진퇴양난’이 될 전망이다. 앞으로 나올 대안의 규제 효력이 사전 지정보다 약하면 새 법안은 급격히 추진 동력을 잃는다. 현행 공정거래법과 별개로 플랫폼법을 추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름만 다르고 효력이 같은 대안을 들고나오면 ‘조삼모사’라는 업계의 반발을 잠재우기 어렵다.

공정위는 플랫폼법을 추진하려는 의지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후퇴가 부처 간 이견이나 통상 우려 탓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육성권 사무처장은 “업계 여론에 밀려 입법 의지가 없어졌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관계부처 간에는 상당한 이해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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