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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닮은 꼴 공약 경쟁

전석운 논설위원


4월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공약들이 4년 전과 달리 매우 비슷하다. 공약 발표 시기도 같거나 단 하루 차이다. 4년 전에는 ‘공수처 폐지’(자유한국당, 국민의힘 전신)와 ‘무료 와이파이 5300곳 확보’(더불어민주당)가 1호 공약들이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지난달 18일 나란히 발표한 총선 1호 공약은 저출산 대책이었다. 저출산은 국가 소멸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적 현상인데 청년들의 취업난과 주택난 등이 얽혀있어서 공당이 최우선적으로 극복 방안을 모색할 가치가 있다. 그런데 두 당의 공약을 보면 육아휴직 수당을 인상하고 인구부 신설을 추진한다는 해법이 같았다. 세부 내용은 일부 차이가 있지만 재원 마련 방안이 부족하다는 평가는 공통점이었다. 국민의힘은 ‘아빠의 한 달 출산 휴가’를 의무화하는 등의 공약을 내놓았는데 이에 필요한 3조원 규모의 재원 조달에 대해서는 ‘특별회계 신설’이라는 모호한 해법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가구당 1억원씩 대출해준 뒤 만기 10년 동안 출산 자녀 수에 따라 감면해주는 방안을 내놓았는데 연간 28조원으로 추산되는 재원마련대책에 대해서는 ‘추경 편성과 입법’이라는 막연한 설명밖에 없었다.

철도 지하화 공약도 두 당의 공통 공약이다. 철도가 지나는 도시의 통합과 발전이 철길 때문에 가로막혀있다는 진단부터 철도 공간과 주변 부지를 개발한다는 목표까지 같다. 다른 점이라면 공약 발표 시기와 장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수원역에서 철도 지하화를 먼저 공약하자 바로 다음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신도림역을 찾아 같은 얘기를 했다. 그런데 지난달 9일 국회를 통과한 철도지하화 특별법에는 이런 내용이 이미 담겨 있다.

21대 국회가 저물도록 정쟁에만 몰두하던 두 거대 정당이 총선 공약에서는 닮은꼴 경쟁을 벌이는 것이 놀랍다. 문제의식과 해법이 이렇게 비슷한 데도 왜 진작 입법화를 하지 않았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전석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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