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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사 거부하는 ‘돈 봉투’ 의원들, 특권 앞에 무너지는 공정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윤관석 의원이 지난해 8월 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은 그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의 윤관석 의원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감사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정당 민주주의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고 질타했다. 두 사람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결하면서 “매년 200여억원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의 정치적 영향력을 감안할 때 불법성이 중대하다”고도 했다. 특히 윤 의원에 대해선 “헌법적 가치를 수호할 책무를 저버렸다”고 꾸짖었다. 이렇게 범죄의 심각성과 엄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가득했지만, 이 판결문은 정의를 채 절반도 구현하지 못했다. 그 돈 봉투를 받아 챙긴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당사자들의 출석 거부와 불체포특권 탓에 공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의원과 강 전 감사는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당대표 후보를 위해 총 6000만원 상당의 돈 봉투를 만들어 의원 20명에게 1인당 300만원씩 살포한 혐의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를 수수한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두 사람은 불법 자금 ‘살포’ 혐의가 빠진 ‘조성’ 혐의로만 기소됐고, 법원 판결도 그에 따라 내려졌다. 검찰은 돈 봉투 수수 의원들을 조사해 기소하면서 두 사람도 살포 혐의로 추가 기소할 계획인데, 아직 세 명밖에 조사하지 못했다. 최근 일곱 명을 특정해 출석요구서까지 보냈지만 “총선 전에는 출석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고 한다. 돈 봉투의 조성-살포-수수로 이어진 부정한 거래에서 조성 부분만 겨우 처벌했을 뿐, 살포와 수수의 더 악취 나는 대목은 의원들의 특권에 막혀 법의 잣대를 들이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국가의 법 집행에 대한 조직적 저항이라 봐야 한다.

부정한 돈을 조성한 이들이 처벌되는데, 그것을 수수한 이들은 버젓이 국회에 남아 입법권을 행사하고, 더 나아가 총선에 출마해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 하고 있다. 있어선 안 될 일이 너무 쉽게 벌어진다. 만약 당선된다면 국회를 또 방탄막이로 삼을 것 아닌가. 뻔뻔한 행태를 제발 멈추기 바란다. 국회의원 특권을 대폭 제한해야 할 이유만 스스로 쌓아가고 있다. 검찰은 법의 공정한 적용을 위해 선거를 앞둔 상황이라도 강제수사를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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