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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발 사주’ 유죄, 국가권력 사적 남용 끊는 계기돼야

손준성 검사장이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 1심 선고 공판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고발 사주’ 사건으로 기소된 손준성 검사장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이 사건은 검찰이 2020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공세를 펴는 범여권 인사들을 겨냥해 직접 작성한 고발장을 야당 쪽에 전달해 다시 검찰에 고발토록 했다는 내용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중립을 엄격히 지켜야 할 검찰이 눈엣가시인 인사들을 손보기 위해 고발을 사주했다면 국가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서울중앙지법은 손 검사장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고발장 작성·검토 및 관련 수사 정보 수집 등에 관여했다며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검사가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해 검찰권을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따르면 검찰은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등으로 여권과 갈등을 빚었고, 이후 윤 검찰총장과 장모, 검찰에 대한 공세가 거세지자 대검 차원에서 역공을 기획했다. 이어 검사들이 각종 조사와 판결문 출력 등을 거쳐 의혹 제기 배후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을 2차례 작성해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전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작성한 2차 고발장과 거의 같은 고발장이 미래통합당 명의로 검찰에 접수돼 수사까지 이어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한 명의 유죄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이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닮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친구 송철호 전 시장을 당선시키려고 청와대가 2018년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에게 김기현 시장 수사를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송 전 시장과 황 의원은 1심에서 징역 3년형이 선고됐다. 한쪽은 ‘대통령의 친구를 당선시키려고’ 다른 한쪽은 ‘검찰총장에게 비판적인 인사를 손보려고’ 국가기관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똑같이 엄중한 사안이다. 고발 사주 유죄 판결로 윤 대통령과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검찰은 최근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관련,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전 장관 등에 대한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따라서 고발 사주 사건과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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