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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상 최대 세수 펑크… 감세 드라이브 점검해봐야


지난해 국세가 344조1000억원 걷히며 예상 세입보다 56조4000억원이나 부족한, 사상 최대 ‘세수 결손’을 기록했다. 전년도보다도 51조9000억원(13.1%) 줄어든 규모다. 세수 감소는 2022~2023년 2년 연속 이어졌는데 이는 9년 만이다. 세금이 이렇게 덜 걷힌 데에는 기업 경기 악화와 부동산 거래 침체가 결정적이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법인세는 전년보다 23조2000억원, 양도소득세는 14조7000억원 줄었다. 경기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올해도 경기 회복이 불투명해 자칫 세수 펑크 장기화가 우려된다. 정부의 비상한 각오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경영난을 겪는 기업의 대책은 뻔하다.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고 수익 극대화에 나서는 것이다. 국가 운영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올해 예산 총지출을 2005년 이후 최저 증가율인 2.8%로 묶으며 허리띠 조이기에 나섰다. 현 상황에서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 문제는 세수 확보에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총선 때문이겠지만 1월 한 달에만 감세 등 각종 부양 대책을 20건 이상 쏟아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증권거래세 인하 유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비과세 혜택 확대 등 세금 깎아주기 대책들이 줄을 이었다. 부동산 재건축 규제 완화에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소상공인 188만명 이자 환급(약 1조3600억원) 등 각종 현금성 지원을 포함하면 규모가 10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 한다.

대통령실이나 정부는 “세금을 깎아주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 궁극적으로 세수가 늘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낙수효과에 기대겠다는 것인데 현실을 안이하게 보는 처사다. 소비와 투자는 실물경기와 물가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 경기 침체 하에선 기업이고 개인이고 세금 혜택 봤다고 지갑을 열지 않는다. 정권 초부터 추진한 감세 정책이 수출 부진 및 중국 경제 회복세 지체로 지난해 경제 선순환을 이끌지 못한 게 이를 방증한다.

더구나 올해도 헝다 등 잇단 부동산 업계 파산으로 중국 내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어 기지개를 켠 수출에 타격이 우려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 과다한 가계부채, 소비 부진으로 내수 여건도 좋지 않다. 거시 환경이 지난해보다 나아 보이지 않는다. 반면 저출산·고령화, 취약계층 보호, 기후변화 대비 등 재정을 꼭 써야 할 곳은 늘고 있다. 지출만 막는다고 건전 재정이 이뤄지진 않는다. 지출이든 감세든 적재적소가 중요해졌다. 돈을 벌 주체인 기업이 뛸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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