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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K북 어디로 가나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문화가 정말 중요한 시대가 됐다. 얼마 전 이메일로 인터뷰한, ‘한국문학의 대사’로 불리는 미국의 출판 에이전트 바버라 지트워는 “K컬처는 세계 제1의 문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가 K팝, K코스메틱, K북, 그리고 ‘K에브리싱’에 빠져 있다며 이런 바람이 한국 관광 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나치게 후한 평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K컬처 붐이 대단하다는 건 분명하다. 한국이 저성장 국면에 빠져든 상황에서 K컬처가 가장 주목할 만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에서 문화라는 영역이 국가적 차원에서, 그리고 경제적 차원에서도 중요해진 초유의 시대라고 하겠다.

출판 분야에서도 K북 바람은 확연하다. 한국 책들의 해외 출간 소식이 이어지고, K북에 대한 해외 출판사들의 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다. 판권을 해외에 판매하려는 한국 출판사들의 욕구도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한국 출판의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두 축이라고 할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연초부터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국제도서전 개최, 해외 도서전 참가 등 출판 관련 해외 교류 사업들이 불투명해졌다.

출판계 대표 단체인 출협은 오랫동안 출판사들의 해외 교류 사업을 주도해 왔다. 문체부는 이 사업들에 정부 보조금을 주며 지원해 왔다. 그런데 올 들어 문체부는 출협에 대한 예산 지원을 전면 중지시켰다. 최근 ‘K북 해외 시장 진출 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사전에 출판계와 대화하지 않았다.

출협은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예산 중단 사태를 비판한 데 이어 그동안 민·관 합동으로 해온 해외 교류 사업들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 ‘서울국제도서전 주식회사’를 설립해 정부 지원금 없이 도서전을 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상황이 이대로 흘러갈 경우 올해 한국 출판의 해외 교류 사업은 민·관 두 갈래로 갈려 혼선과 중복이 불가피하다. 오랫동안 해외 교류 사업을 해왔고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출협은 예산 부족으로 추진력을 잃을 수 있고, 새로운 방식으로 출판계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는 문체부는 노하우와 네트워크 부족, 참여 저조 등으로 예산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문체부와 출협의 갈등은 출협이 주최하는 서울국제도서전에 교부된 국고보조금 정산을 둘러싼 양측의 견해 차이 때문이다. 문체부는 지난해 감사에서 출협이 수익금 보고를 누락한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하고, 출협 회장 등을 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출협은 이에 대해 보조금 정산은 매해 절차에 따라 이뤄졌으며 문체부 담당자가 이를 승인해 왔다고 반박하고 있다. 현재 양측은 수익금을 각자 재정산하는 중이다. 하지만 수익금 항목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정산할지, 남으면 어떻게 처리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양측이 재정산을 통해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실 70년을 헤아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의 역사에서 수익이라는 개념은 거의 없었다. 수익금을 따져볼 수 있게 된 건 관람객이 10만명 넘게 몰리기 시작한 최근 몇 년에 불과하다.

문체부는 수익금 누락에 대한 조사와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출협에 보조금을 교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정황이나 일방적 주장만으로 예산 집행을 중지한 건 문제가 있다. 문제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문제가 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문체부는 자체 재정산도 끝내지 않은 채 예산부터 막아버렸다. 고칠 건 고치더라도 K북 바람을 꺼트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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