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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野 단독 처리에 거부권 반복, 유족 슬픔은 누가 헤아리나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제2테크노밸리기업지원허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일곱번째, 상생의 디지털, 국민권익 보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성남=김지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특별법의 위헌 소지와 공정성·중립성 문제 등을 이유로 거부권 행사 건의안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면서 국민 분열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노란봉투법, 쌍특검법에 이어 다섯 번째다. 민주당이 당리당략에 따라 무리한 법안을 밀어붙이는 측면도 있지만 잦은 거부권 행사는 극한 정쟁의 빌미가 되고 윤 대통령에게도 부담이다.

여권은 민주당이 유족들의 아픔을 정쟁에 활용하기 위해 이태원특별법을 밀어붙인다고 의심하는 분위기다.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사회적참사특조위 조사, 검찰 특수단 수사에 이어 2021년 특검 수사까지 거쳤던 세월호 사건 이후 여권은 참사 때마다 그런 의심과 피로감을 드러냈다. 한 총리도 참사로 인한 아픔이 정쟁이나 위헌의 소지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159명이 사망한 참사를 단지 정쟁으로 치부하는 것은 유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된다. 하루아침에 자식과 형제들을 잃어버린 유가족들에게 억울함이 있다면 찬찬히 들어줘야 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진심으로 유족들의 마음을 위로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과거 세월호 사건이 장기화된 것은 처음부터 유족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데 소홀했던 이유도 있다. 게다가 잇따라 부적절한 발언을 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당시 산악회 음주로 연락두절된 윤희근 경찰청장 등 핵심 지휘부가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는 모습은 유족들의 응어리가 됐다. 실제 참사 당시 우리 정부는 즉각적인 대응도 하지 못했고, 보고 체계도 엉망이고,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래서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에 집착하는 것이다.

마침 국민의힘에서 특별법에 대한 ‘재협상’을 거론하고 나섰다. 그나마 다행이다. 이는 윤 대통령의 거듭된 거부권 행사와 이태원특별법 여론 등이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제스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커 쉽지 않아 보인다. 여당은 특별법을 정쟁의 수단으로만 보지 말고, 민주당도 너무 무리한 요구로 일부러 판을 깬다는 비판을 새겨 들어야 한다. 여야와 유가족을 모두 만족시키는 안은 없다. 핏줄을 잃고 고통스러워 하는 유가족들 입장을 헤아려 진지하게 재협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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