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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절반 책임지는 소비의 추락… 성장 발목 잡는다

민간소비증가율 10년 새 가장 부진
내수부진 장기화… 고착화 우려도
가계빚 증가·소득 양극화 걸림돌
구조적 문제라 단기해결 어려워

시민들이 28일 서울 서초구 한 대형마트에서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정부는 설 명절을 앞두고 사과와 배 가격 안정을 위해 일주일간 4만4000t을 집중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윤웅 기자

부진한 민간소비가 한국 경제 성장의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계부채·소득 양극화 등이 민간소비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소비 성장률은 1.8%로 전년(4.1%) 대비 큰 폭 하락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를 제외하면 2013년(1.7%) 이후 10년 만에 가장 부진한 수치다.


민간소비 부진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1%대로 묶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 25일 “민간소비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 정도로 전체 성장률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나와주는 게 좋다”면서 “(그러나) 최근 흐름을 보면 경제성장률 자체가 낮아진 데다 민간소비 또한 성장률보다 하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내수 부진이 경제성장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고물가·고금리 현상 지속과 실질 처분가능소득 감소 등으로 소비심리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한은도 올해 수출 개선이 상방 요인으로, 내수 부진은 주요 하방 요인으로 계속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민간소비 저성장이 우리 경제에 고착화된 상태라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1990년대 9%가 넘었던 민간소비 증가율은 2020년대 1%대로 급락했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8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연평균 0.8% 포인트 낮은 흐름을 나타냈는데 최근 5년 동안에도 여전히 GDP 성장률보다 연평균 0.6% 포인트 낮았다.

민간소비 부진은 가계·기업소득 간 성장 불균형과 가계부채, 소득 양극화 등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우선 임금 상승세가 제한된 상황에서 고용이 질적 측면에서 개선되지 않다보니 가계소득이 정체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부채 수준은 이례적으로 높다. 특히 한국은 변동금리 비중도 커 고금리 상황에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주요국보다 특히 빠르게 커지는 구조다.

양극화 등 소득분배 구조 악화도 전반적인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고소득층이 저소득층에 비해 한계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고소득층으로 소득이 집중되는 구조에서는 경제 전체의 소비 규모는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 저성장 구조를 벗어나려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 소비 성향이 높은 저소득 계층의 구매력 확대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한은은 과거 ‘구조적 소비제약 요인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민간소비의 위축은 그 자체로 경제성장률을 하락시킬 뿐만 아니라 거시경제의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성장잠재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소비가 늘려면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경제 주체들의 기대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전망이 밝지 않다”며 “정부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한 소비 진작 등 정책 전환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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