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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학생까지 ‘테러’에 나서게 한 증오의 정치

이 대표 습격 23일 만에 또 일어나… 정치인부터 독설과 막말 중단해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배 의원이 습격범에게 둔기로 머리를 가격당하는 상황이 담긴 CCTV 화면(오른쪽). 뉴시스·배현진 의원실 제공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강남의 한 빌딩에서 습격을 당했다. 가해자가 미성년자인 중학생이고, 우울증을 앓고 있어 정치 테러를 따라한 모방 범죄일 가능성도 작지 않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에서 흉기로 습격을 받은 지 23일 만에 정치인을 겨냥한 폭력 사태가 또 발생했으니 심각한 일이다. 누가 어떤 이유로 벌였든 테러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범죄 행위다. 모방 범죄 역시 심각성은 다르지 않다. 철저하게 대책을 마련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배 의원을 습격한 중학생은 조울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고, 학내 갈등으로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이 자주 가는 미용실을 찾아갔다가 배 의원을 우연히 만났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 배현진입니까”라고 2차례나 물었고, 사전에 가져간 흉기를 사용하는 등 우발적 충동에 의한 범죄가 아닐 수도 있다. 섣부른 예단이나 정치색을 담은 억측 대신 경찰 조사를 신중하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동시에 경찰은 범행 동기는 물론이고 혹시 모를 배후와 공모자 가능성까지 철저히 조사한 뒤 결과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래야 조금의 의혹도 남지 않는다.

이같은 폭력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정치권부터 말과 행동에 신중해야 한다. 이 대표 습격 직후 상대를 악마화하는 증오의 정치가 근본 원인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정치인들이 자극적인 말로 서로를 공격하고 혐오를 조장했으니 폭력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성은 오래가지 않았다. 공천을 앞두고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자극적 언사가 다시 난무한다. 정치 도의를 망각한 염치 없는 행동도 이어진다. 심지어 이 대표에 대한 테러마저 정쟁에 끌어들여 상대를 공격하는 소재로 쓰고 있다.

혐오가 다시 혐오를 부르는 증오의 정치는 이제 멈춰야 한다. 여야 지도부부터 거친 비난전을 중단하고, 공천권자의 눈에 띄기 위해 독한 말을 쏟아내는 인사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 SNS에 막말을 올리면 공천 심사에서 반드시 걸러야 한다. 여야가 서로를 싸워 무찔러야 하는 적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문화를 버리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상생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대립과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 자중하며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더욱 커질 것이고, 비정상적인 테러와 모방 범죄의 위험성 역시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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