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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소기업 어려움 외면하고, 포퓰리즘엔 한통속인 여야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 가결이 선포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중소기업계가 끊임없이 호소해온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83만 곳이 넘는 50인 미만 영세기업의 대표들은 언제, 어떤 사고로 사법처리될지 불안에 떠는 처지가 됐다. 반면 여야는 ‘고추 말리는 공항’처럼 예산 낭비가 뻔한데도 사업비 9조원의 달빛철도(대구~광주) 건설 특별법은 어제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영세한 중소기업들의 간곡한 호소는 외면하고 눈앞에 표가 보이는 사안에는 여야가 의기투합하는 ‘표퓰리즘’의 전형이다.

여야가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 등 ‘중대 재해’ 발생시 사업주 등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재계는 전혀 준비가 안돼 있다며 계속 유예를 요청해온 법안이다. 관련 부처 장관들도 영세·중소기업들은 대표이사가 처벌받으면 회사 운영을 할 수 없고, 83만 50인 미만 기업의 경영자 뿐아니라 빵집 찜질방 식당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 800만명의 고용불안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이런 호소를 귓등으로 들었다. 민주당은 “정부가 우리의 요구조건에 어떤 것도 응답하지 않는다”고 이유를 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은 민주노총이 반대하고 있으니 처리하기 싫어한다”고 비난했다. “영세업체 사장들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게 됐다”는 중소기업계의 호소도 소용없었다. 정부가 중대재해법 시행에 대비를 못한 탓도 있지만 민주당은 왜 영세 사업자들을 벼랑끝으로 모는지 납득이 안 된다.

하지만 여야는 달빛철도 사업엔 죽이 맞았다. 특별법은 사업비가 9조원인 달빛철도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하고 261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하며 여야가 한통속이 된 결과다. 지금도 대구와 광주를 잇는 88고속도로 이용률이 현저히 떨어지는데도 달빛철도 사업을 ‘동서화합’ ‘지역균형발전’이란 거창한 구호로 포장했다. 국민들의 아픔은 외면하면서 나라의 곳간이 비든 말든 허망한 정치적 구호만 추구하는 국회의원들의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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