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or 보기] 떠나는 셀트리온에 “네 자리 비워둘게”… KLPGA의 미련

뒤늦게 발표한 2024 투어 일정표
6월 ‘○○○오픈’ 공란 첫 등장
셀트리온 “본업 집중… 앞으로 주최 않겠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24 시즌 일정이 발표됐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대회수는 2개가 줄어든 30개, 총상금액은 2억원이 늘어난 347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 KLPGA는 대회당 평균 상금 10억원 시대를 열었다며 자화자찬이다. 상금액만 놓고 본다면 칭찬 받을 만하다.

하지만 2024시즌은 출발부터 개운치않은 구석이 있다. 일정 발표부터 예정보다 상당히 늦어졌기 때문이다. KLPGA는 2024시즌 일정을 당초 작년 12월 말에 발표할 예정이었다. 일정표가 SNS상에 돌아 다닐 정도로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발표를 늦출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KLPGA는 그 시기를 차일피일 미뤘다.

발표가 늦었던 이유는 KLPGA가 지난 22일 공개된 일정표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오는 6월 7일 시즌 12번째 대회로 치러질 예정이라고 발표한 ‘ㅇㅇㅇ오픈’이 진원지였다. KLPGA가 일정을 발표하면서 계약이 남아 있는 대회를 미정으로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일정으로 봤을 때 ‘ㅇㅇㅇ오픈’은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작년까지 4차례 이 대회를 주최했다. 계약 기간은 올해 1년이 더 남아 있다.

그런데 셀트리온은 올해 대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작년 말에 두 차례에 걸쳐 KLPGA에 이와 관련한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합병 후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본업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로, 여러가지 사업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해부터 대회를 주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회 개최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럼에도 KLPGA는 막바지까지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를 포함시키려 했다가 결국 미정 상태로 발표했다는 후문이다. KLPGA 김정태 회장이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을 설득시키겠다고 보류를 지시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KLPGA투어를 관장하는 KLPGT 이영미 대표는 “셀트리온의 입장을 전달 받은 건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알았습니다’라고 단념할 수 없지 않은가. 우리 투어로서는 대회 개최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했다.

이 정도면 짝사랑도 아주 지독한 짝사랑이다. 셀트리온의 대회 개최 불가 입장은 현재로선 요지부동이다. 골프업계에서는 셀트리온 정도의 우량 기업이 대회 개최를 포기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항간에서 나돌고 있는 AGLF 주관 시몬느 아시아퍼시픽컵 후원과 무관치 않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AGLF는 김정태 KLPGA 회장이 설립한 단체로 김 회장은 지난해 3월 12일까지 이 단체의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었다.

박민지가 지난해 6월 KLPGA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 이 대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KLPGA 제공

KLPGA의 바람대로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가 차질없이 열리면 다행이다. 그렇지 않고 셀트리온이 총상금액의 75%인 위약금을 감수하면서까지 끝내 대회 개최를 포기한다면 KLPGA는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대회 하나가 없어진 이유를 정확히 알려야 한다.

이로 인해 대회 일정도 꼬이게 됐다. 셀트리온이 대회를 개최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 기간으로 일정을 바꾸려는 스폰서가 나타났다. 추석 연휴 기간에 열리는 대보 하우스디오픈이다. 이 대회는 작년으로 3년 계약이 만료됐다. 올해 재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 주간으로 이동을 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대보그룹은 대회 연장 계약을 아직도 못하고 있다.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 개최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년 계약을 할 수 없다는 K LPGA 입장 때문이다.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가 무산될 경우, KLPGA는 그 자리를 메울 새로운 스폰서를 서둘러 찾아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KLPGA의 빠른 판단이 요구될 수 밖에 없다.

셀트리온은 “주최사의 자리에서는 내려오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국내 여자골프가 성장할 수 있도록 곁에서 변함 없이 응원할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KLPGA는 이 말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다시는 그렇게 떠나는 스폰서가 나타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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