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잇단 민생 대책, 정부는 말보다 입법 계획 세우길

정부가 휴대전화 단말기 지원금 상한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이른바 ‘단통법’ 폐지 계획을 발표한 2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새해부터 정부가 깜짝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부처 업무보고 형식의 ‘민생 토론회’나 ‘고위급 당정협의’가 주 무대다. ‘민생 토론회’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자리여서 무게가 더욱 실린다. ‘부작용이 해소될 때까지 공매도 금지’(1차), ‘30년 이상 주택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2차), ‘반도체 클러스터에 622조원 투자’(3차), ‘상속세 완화 추진’(4차) 등 하나같이 파장을 부를 안들이 나왔다.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지난 22일 5차 민생 토론회에서도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 휴업 폐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가 발표됐다.

국민이 원하는 것을 정책으로 구현하는 건 정부의 당연한 업무다. 특히 대형마트 규제와 단통법의 폐지는 국민 생활에 밀접한 사안인 데다 여론 지지도 높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녹색소비자연대가 각각 실시한 조사에서 ‘대형마트 규제 폐지·완화’(76.4%)와 ‘단통법 폐지·완화’(72.0%) 응답이 다수였다. 문제는 상당수 대책이 법 개정 사안이란 점이다. 대형마트 규제 폐지는 유통산업발전법을, 안전진단 없는 재건축은 도시정비법을 고쳐야 한다. 여론이 호응해도 법을 바꾸려면 이해당사자들과 야당에 대한 설득과 소통이 기본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 부분을 간과한 채 안을 던지고 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월 초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폐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여태껏 주택법이 개정 안 돼 폐기 수순에 처해졌다. 이 법에 해당하는 가구가 4만8000여곳이다. 정부 말만 믿고 입주 때 전세 주고 잔금을 치르려던 수분양자들은 무슨 죄인가.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안도 1년째 국회 앞에서 멈춰섰다. 정부는 거야의 비협조를 이유로 들지만 여소야대 현실이 어제오늘 일이었나. 정부의 무책임만 드러낸 격이다. 이러니 많은 이들이 정부 발표에 기대보다 의심을 앞세우는 것 아닌가. 양치기 소년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정책들을 법제화하기 위한 야당 설득 방안과 국회 통과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앞으로 정책 발표 전 야당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최근의 잇단 정책들이 총선용인지 아닌지는 정부의 진정성에 달려있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