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사설] 노인에 고위험 상품 파는 은행 행태 바로잡아야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새해부터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가 15% 넘게 급락하면서 이 지수와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이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 총 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 규모로 1분기 3조9000억원, 2분기 6조3000억원 등 절반 이상인 10조2000억원의 만기가 상반기에 돌아온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11개 증권사에서 공지한 원금손실률이 상품 판매 당시인 2021년 상반기 고점 대비 60%에 육박한다. 만기가 다가올수록 손실률이 높아지는 상품 특성 상 홍콩 증시가 살아나지 않으면 투자자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최대 관심은 판매액의 대부분인 15조9000억원어치를 취급한 은행권의 책임 여부로 쏠린다. 물론 투자자 책임이 원칙이긴 하지만 2019년 파생결합증권(DLF) 사태를 겪고도 불완전 판매 의혹 등 비슷한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2019년 말 은행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신탁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은행권이 40조원 이상의 시장을 잃게 됐다며 읍소하자 홍콩 H 지수 등 5개 지수에 한해 공모형 ELS 판매를 허용했다가 사태가 재발한 것이다.

은행들은 녹음 및 자필서명 등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른 절차를 준수했다며 불완전 판매 의혹이 제기되는 데 대해 억울해 하고 있다. 하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자기 면피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고 반박한다. DLF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투자자의 대부분이 고령층임을 고려할 때 원금 보장을 해주는 은행이란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ELS와 같은 고위험 상품을 권고하는 게 적절한 것이냐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게다가 직원 고과 시 ELS 판매 실적에 높은 배점을 주는 식으로 묻지마식 판매를 독려하는 경영 행태가 더 큰 원인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은 2~3월에 4년 전처럼 고위험 상품 전면 금지 등 제도개선안을 발표한다고 하지만 땜질식 처방으론 추락한 은행 신뢰도를 회복할 수 없다. 봉이 김선달식으로 이자와 수수료 수익에 의존하는 후진적 경영 행태 척결 등 제대로 된 처방이 전제돼야 한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