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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수처 참담한 3년… 원점서 다시 설계해야

아무 실적 없이 처장 퇴임
정치 편향에 논란만 자초
존폐부터 짚어봐야 할 때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며 직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김진욱 처장이 어제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그의 부임과 퇴임을 ‘공수래 공수거’라 일컫는 우스개처럼 초대 공수처장 임기는 ‘빈손’으로 끝나고 말았다. 공수처가 지난 3년간 거둔 실적은 사실상 없다. 고소·고발을 비롯해 7700건의 사건을 접수했지만 직접 기소한 것은 세 건에 불과했다. 모두 전·현직 검사가 피의자인데 하나도 유죄 판결을 받아내지 못했다. 다섯 차례 청구한 구속영장도 다 기각됐다. 그중 세 건은 뇌물 혐의였다. 고위 공직자 비리의 전형이라 할 뇌물 사건조차 하나도 혐의를 입증해내지 못한 것이다.

신생 기관의 통과의례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 처참한 성적은 그 태생에서 비롯됐다. 공수처가 등장한 명분은 ‘검찰 개혁’인데, 마땅히 따랐어야 할 그 개혁의 방향은 두 가지였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비대한 권한의 분산. 지난 정부는 검찰을 권력에서 독립시키는 대신 적폐청산 등 권력의 용도에 적극 활용하다 검찰이 ‘조국 수사’에 나서자 돌연 검찰권의 분산을 밀어붙였다. 그런데 검찰이 가졌던 수사권,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기소권의 기능별 ‘분산’이 아닌 수사 대상의 제한을 통한 검찰 권한의 ‘축소’에 매달렸다. 내 편을 수사하는 검찰의 힘을 빼고 검찰을 겨눌 내 편의 수사기구를 두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진행된 개혁의 결과물로 공수처가 출범한 것이다.

이렇게 검찰 개혁의 본뜻에서 벗어난 태생적 한계를 공수처는 벗어나지 못했다. 정권과 가까운 피의자에게 ‘황제 의전’을 베풀고, 정권과 대치하던 이를 옭아매는 사건에 집중하며 오히려 검찰보다 더 권력을 추종하는 행태를 보였다. 수사 역량을 키우기보다 정치적 논란에 휘말려 보낸 시간이 훨씬 많은 탓에 현직 부장검사가 언론 기고를 통해 공수처의 ‘정치적 편향’을 비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출범 당시 임용된 검사 13명 중 11명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이미 공수처를 떠났다는 사실은 이 조직이 존재 이유를 상실했음을 내부에서 증명하고 있다.

김 처장이 퇴임했지만, 후임은 오리무중이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아직 후보군도 추리지 못했다. 실적도 없고 장기간 파행이 불가피한 조직에 연간 2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붓는 공허한 투자를 과연 계속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반드시 이뤄야 할 개혁이지만 권력에 의해 거꾸로 왜곡돼 버린 사법기관의 정치적 독립. 이참에 원점에서 다시 설계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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