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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동 전역 번지는 전쟁… ‘위험해진 세계’ 방책 세워야

18일(현지시각)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신문 가판대에서 한 남성이 파키스탄의 이란 공습에 관한 기사가 실린 신문을 읽고 있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소셜미디어 X에 성명을 내고 “이란의 시스탄-발루치스탄 내 테러리스트 은신처를 상대로 보복 공습을 가했다”라며 “이번 공습은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는 테러리스트 단체 ‘사르마차르’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지난 16일 파키스탄에 있는 이란의 수니파 분리주의 무장 조직 ‘자이시 알아들’ 근거지를 미사일로 공격한 바 있다. AP뉴시스

이틀 전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파키스탄이 18일 이란을 보복 공습한 것은 사실상 중동 전역으로 전쟁의 불길이 확산됐음을 의미한다. 대테러 명분이지만 이란이 인접국을 공격한 것은 미국에 대한 경고 성격이 짙다. 석 달 전 시작된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에서 이스라엘 지원에 나섰던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고 경계한 시나리오가 ‘중동 다른 지역으로의 군사 충돌 확산’이었다. 이 최악의 시나리오가 결국 현실이 됐다.

이미 홍해에서도 군사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친이란·하마스 성향인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를 항해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하자 미군과 영국군이 대대적인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해상 운임이 오르고 운송기간이 길어지는 등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아직은 주요국의 경기 부진으로 유가가 급등하지 않고 있지만, 중동 불안이 길어지면 유가는 물론 각종 원자재가가 크게 오를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고삐를 잡았다고 안도해 온 각국 중앙은행이 다시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질 수 있다.

중동 리스크 현실화는 2차 대전 이후 세계의 경찰로 석유자원과 해상 운송로를 안정적으로 유지·보호해 온 미국의 힘과 영향력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상징한다. 미국 주도 전후 질서의 해체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미국으로선 그동안 주창해온 인권과 법치라는 핵심 ‘가치’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초강경 군사작전으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면서 정당성을 잃어가는 것도 뼈아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중동 위기의 불길을 잡지 못하면 오는 11월 재선 가능성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

단기적으로 정부는 경제에 미칠 영향 최소화에 주력해야 한다. 물류비와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 불안과 공급망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히 챙겨야 한다. 비용 상승에 따른 기업 수익 악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힘과 역할이 예전같지 않은 ‘위험한 세계’에서 어떻게 무역로를 지키고 경제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 방책을 세워야 한다. 외교·국방·해양 등을 모두 아우르는 새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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