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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화합·통합 빠진 이재명 당무 복귀 메시지, 아쉽다

1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피습 보름 만에 당무 복귀를 위해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 15일 만에 당무에 복귀했다. 첫 일성은 ‘정권 심판’이었다. 그는 출근 직후 최고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 비정상의 나라로 후퇴했으니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표로서 당 안팎의 위기를 정면 돌파하고 총선까지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정치가 죽음의 장이 되고 있다”며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터로 나서는 장수 같은 비장함이 가득했다. 불의의 정치 테러를 당한 피해자였기에 많은 국민의 걱정 속에 복귀하면서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면 큰 울림이 있었을 텐데 아쉬운 대목이다.

총선을 80여일 앞두고 정치권은 사실상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국가적 사안을 놓고는 그럴 듯한 장면을 연출하며 서로 양보해 타협을 이루는 ‘멋진 정치’는 사라졌다. 정도(正道)나 지켜야 할 선 같은 말은 무의미해졌다. 비인도적, 반인륜적 차별·혐오라는 역풍을 불러오지 않는다면 상대방에게 어떤 발언을 쏟아내도 용인되는 험악한 분위기다. 주요 정당이 앞장서 갈등을 조장하니 너나없이 상대를 악마화하는 데 골몰할 뿐이다.

최근에도 이 대표 피습을 ‘자작극’ 운운하며 편을 가르고 싸움을 부추기는 극우 유튜버들이 등장했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같은 방법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 일각에서 갑자기 ‘기획 테러’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곤란하다. 심지어 당 대변인까지 나서서 “전대미문의 암살 테러인데, 누가 기획하지 않았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칼로 죽이려 한다”는 이 대표의 언급은 잘못된 음모론에 동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국민들은 지긋지긋한 진영 싸움에서 벗어나 통합과 화합을 이룰 지도자를 원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강성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말만 쏟아내는 인사들을 정리하고, 소신과 실력 있는 후보자를 공천하는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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