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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한민국을 ‘제1적대국’이라는 김정은, 전쟁 오판 말아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 "공화국의 부흥발전과 인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당면과업에 대하여"를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한민국을 ‘주적이자 제1적대국’으로 선언하고 이를 북한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 간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토에 편입시키는 문제도 헌법에 반영하겠다”고도 했다. 한국을 주적으로 여긴다는 북한 지도자의 호전적인 발언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정전 협정을 체결한 지 7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의 주권을 위협하고 영토 침략의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북한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주적이다. 그러나 북한의 헌법조차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의 원칙 위에 통일을 추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폐기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개탄스럽다.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위기 의식의 발로다. 북한 경제는 2006년 핵실험 이후 미국이 주도한 유엔의 제재로 최빈국 수준으로 추락했다. 북한 정권은 3대에 걸친 김씨 일가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20만 명 이상을 수용하는 정치범수용소를 운용할 만큼 철권통치를 휘두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주적’과 ‘제1적대국’, ‘전쟁’ 등을 운운한 것은 내부 위기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려는 술책이다.

그렇더라도 북한의 최근 동향은 우려스럽다. 무기 거래를 계기로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국제적 고립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이후 푸틴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북·러 연대가 강화되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이어 극초음속미사일까지 개발하는 북한의 도발은 위험한 수준이다. 북한이 이런 전략무기에 집착하는 것은 북한이 한국을 침략하더라도 미국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위협 수단이다. 러시아가 북한의 뒷배가 된다면 북한이 이런 도발 충동에 빠질 수도 있다. 정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러시아의 진의를 확인하고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경고할 필요가 있다.

재래식 무기든 핵무기든 북한의 전력은 한·미동맹에 상대가 안 된다. 북한이 핵탄두 20~80개를 가졌다고는 하지만 미국의 핵탄두 보유량(5244기)에는 어림없는 규모다. 한·미동맹이 흔들리지 않는 한 북한이 독자적으로 전쟁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74년 전 김일성의 오판으로 북한이 무모한 전쟁을 벌였듯이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김 위원장이 할아버지 김일성의 남침을 흉내내지 못하도록 하려면 압도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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