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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고무줄 의원정수

손병호 논설위원


현행 공직선거법은 국회 의석을 지역구 253명, 비례대표 47명 등 300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1987년 13대 국회 때부터 299명으로 해오다 2012년에 세종시 지역구가 생기면서 300명으로 늘었다. 2000년 16대 국회 때 외환위기 고통 분담 차원에서 273석으로 줄었다가 4년 뒤 회복되기도 했다.

총선을 앞두곤 으레 의원 정수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부상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16일 의원을 250명으로 줄이는 혁신안을 내놨다. 2개월 전 ‘인요한 혁신위’가 의석을 10% 줄이는 안을 내놨는데 더 줄이는 안이다. 지난해 3월 같은 당 조경태 의원은 정수를 100명 이상 줄이자고 주장했다.

늘리자는 목소리도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해 2월 인건비 동결을 전제로 정수를 30~50명 늘리자고 제안했다. 같은 시기 정의당은 지역구 240명, 비례대표 120명인 360명을 정수로 하는 선거법을 발의했다. 2년 전엔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역구 220석, 비례대표 110석의 10% 증원안을 내놨다.

국민 여론은 어떨까. 한국갤럽의 지난해 3월 조사에서 57%가 ‘정수를 줄이자’, 30%가 ‘현행 유지’, 9%가 ‘늘리자’였다. 그만큼 정치인을 싫어한다는 의미다. 이런 여론에 어필하려고 여당에선 줄이자는 주장을 하는 측면이 있다. 야당에선 민주당과 소수 야당들이 과거에 합의한 정당득표율에 따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관철시키려고 증원안을 내놓는 것일 테다.

하지만 정수 조정은 정치적 유불리나 정당 간 이해관계를 우선해 다룰 사안이 아니다. 인구감소, 인공지능 확산, 정치활동 및 여론수렴의 디지털화, 수도권 비대화와 지방 위기, 양극화 심화, 계층 세분화 및 이주민 증가 등의 달라진 사회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할 의제다. 또 뭉뚱그려 10%, 20% 증감 숫자를 툭 던질 게 아니라 변화된 세상에서 실제 정치가 할 수 있는 역할과 생산성을 꼼꼼히 따져 의석이 조정돼야 한다. 눈앞의 이익보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정치를 재설계하겠다는 마음가짐과 정교함이 우선돼야 하는 것이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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