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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서둘러야

SK케미칼, 애경산업
1심 무죄, 2심서 뒤집혀
감독 소홀 정부도 책임

유해 화학물질 원료를 이용해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안용찬(오른쪽) 전 애경산업 대표가 11일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서울고등법원 앞을 나서던 중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계자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전 대표들에게 항소심에서 각각 금고 4년형이 선고됐다. 무죄가 선고된 1심 판결이 3년 만에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이들 기업이 장기간에 걸쳐 전 국민을 상대로 독성실험을 했다”고 질타했다. 1심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을 유발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이후 학계에서 쏟아져 나온 반박성 연구 결과를 적극 수용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가습기 살균제 판매 혐의로 대표가 처벌받는 기업은 옥시에 이어 3개로 늘어난다. 이제는 기업들이 피해자 구제를 서둘러야 한다.

유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지난 30년 동안 해소되지 않았다. 1994년 처음 출시된 가습기 살균제는 여러 기업들이 모방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2011년까지 998만 개 제품이 판매됐다. 안전성 검사도 거치지 않은 제품이 장기간 팔려나갔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고 그러는 사이 피해자들은 속출했다. 2020년 환경부에 피해를 신고한 인원이 6817명에 달했고, 그중 사망자는 1553명이었다. 정부가 지난해까지 공식적으로 인정한 피해자는 5667명이다.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살균제 참사였다.

책임자 처벌은 더뎠고, 피해자 구제는 없었다. 검찰이 전담수사팀을 꾸린 게 8년 전이다. 옥시 전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가 흐지부지되다가 2019년이 되어서야 SK케미칼 등의 전·현직 임직원들이 무더기 기소됐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연구비를 지원받은 대학교수들의 조작된 연구가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 연구를 조작한 교수들이 처벌받은 뒤에야 2심 재판이 바로 잡혔다. 자신들의 범죄를 덮으려는 기업들의 집요한 은폐와 증거조작 시도에 하마터면 정의가 묻힐 뻔 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가 피해자 7000여명에게 최대 9240억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내놓은 지도 2년이 지났다. 2022년 4월에 나온 조정안에 옥시, 애경 등 해당 기업 9개사가 반발하면서 피해 구제는 여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라도 피해 구제를 서둘러야 한다. 그동안 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도 반성해야 한다. 수십 년 동안 방치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한다. 이번 사건을 기업의 비윤리적인 행태를 올바로 감독하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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