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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리와 국정원장이 외국기업 로비 의혹 받아서야

조태용 국정원장 후보자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어제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임대차 혜택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2017년 9월~2019년 12월 미국 정유회사 엑손모빌의 자회사인 모빌코리아윤활유는 조 후보자의 서울 이태원동 단독주택을 월세 950만원에 빌려 3년 치 3억4200만원을 선지급했다. 수억 원을 한 번에 지급한 데다 월세 규모도 통상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 있 는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전관 또는 고위공무원에 대한 외국 기업의 관리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조 후보자는 “중개사를 통한 정상거래로 이전과 이후에도 엑손모빌에 근무하는 사람을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답변은 궁색할 뿐이다. 그가 국가안보실 1차장이던 2016년 11월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 렉스 틸러슨이 국무장관에 지명되자 미국을 방문한 건 어찌 해명할지 궁금하다.

공교롭게도 조 후보자 집을 빌린 모빌코리아는 1995년엔 한덕수 국무총리의 서울 신문로 자택을 1억4000만원에 빌린 곳이어서 상관관계에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임대 방법이 비슷한 데다 조 후보자와 한 총리는 1998~2000년 외교부에서 함께 근무했고 주미대사 출신이다. 외교·통상 라인의 로비 창구 이용 의혹이 커지는 이유다. 게다가 조 후보자가 호주의 ANZ 은행에 고액 임대한 사실도 청문회에서 드러난 걸 보면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고액 임대 재테크가 만연한 건 아닌지 의심된다.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은 1998~2000년 아파트를 미국 모토로라의 한국 자회사에 1억2000만원에 임대했고 한 총리는 모빌코리아 외에도 AT&T에 6억원을 받고 집을 임대했다. 무엇보다 국가 기밀을 다루는 국정원장이 외국 기업 로비 의혹을 받는 자체가 스캔들감 아닌가. 차제에 외국 파견 근무가 잦은 외교·통상 분야에 고액 임대 거래가 만연해 있는지 점검해 이해충돌 소지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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