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사설] 총선 앞 민생 대책, 포퓰리즘으로 흐르지 말아야

11일 국회에서 열린 '신용사면 민·당·정 협의회' 모습. 연합뉴스

당정이 어제 서민과 소상공인 290만명의 대출 연체 기록을 삭제하는 ‘신용사면’을 실시하기로 했다. 2021년 9월∼올 1월 2000만원 이하 채무 연체자가 5월 말까지 상환하는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빚을 3개월 이상 연체하면 나중에 갚아도 연체 기록이 남아 대출 등 금융 활동에 불이익을 받는 점을 시정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취약계층의 재기를 도모하자는 취지는 이해하나 신용사면은 금융 전반의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있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금융사들은 연체 기록을 공유해 신용불량자를 거르며 대출 리스크를 관리한다. 연체 기록이 삭제될 경우 금융 부실 파악이 어려워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용사면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을 포함, 네 번째이고 규모는 이번이 가장 크다. 빈번한 신용사면은 착실히 빚을 갚은 사람이 높은 신용등급을 받는다는 원칙을 흔든다. 더구나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 토론회에서 처음 제기된 뒤 일주일 만에 구체화된 것이어서 3개월 앞둔 총선용 선심 대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뿐 아니다. 자영업자 코로나 지원금(8000억원) 환수 면제, 주식 공매도 금지,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공공요금 동결,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 오해를 살 경제 정책이 최근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공매도의 경우 당국은 당초 ‘글로벌 스탠더드’라 옹호했고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지난 연말 급히 방향을 틀었다. 공공요금 동결은 지난 정부가 요금 인상을 제때 안 해 공기업 적자를 키웠다던 비판을 무색케 한다. 국민 경제와 밀접한 사안이 불쑥, 원칙 없이 추진되니 포퓰리즘 소리를 듣는 것 아닌가.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를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을 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을 기대한 이들은 지금의 상황을 보고 “문재인정부와 무슨 차이가 있는가”라고 할 것이다. 온갖 정책을 발표해도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대 답보 상태에 그치고 있다. 국민이 바라는 건 실효성이 의심되는 포퓰리즘 정책 한두 개가 아니라 윤 대통령이 내걸었던 가치 회복과 국정운영 기조 변화라는 얘기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