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여의춘추-손병호

[여의춘추] “민주적 정당 아니다” 與 내부 경고음

손병호 논설위원


수직적 당정관계 안 고쳐지고 ‘표현의 자유’ 없다는 불만 지속
용산에 끌려다니기만 해서 與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韓 위원장부터 대통령실 향해 할 말 하는 풍토 정착시켜야

최근 국민의힘 전 의원이자 수도권의 당협위원장인 인사와 얘기하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언급하자 그는 버럭 화를 냈다. 윤핵관이 어디 있느냐며 윤핵관은 없다고 말했다. 이철규, 장제원 의원 등이 윤핵관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 사람들이야 오더 받아 심부름 하는 사람일진 몰라도 ‘핵심 관계자’로 대우해줄 만큼 권한도 없고, 힘도 없고, 대통령한테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굳이 윤핵관이 있다면 대통령 1명뿐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엔 허은아 의원이 국민의힘 탈당 회견을 했는데 이런 대목이 귀에 들어왔다. 허 의원은 “용산의 국정운영 기조와 불통이 문제이고, 느닷없는 이념 집착이 문제이고, 검사 일색 인사가 문제이고, 가족의 처신이 문제라는 걸 여당이 지적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탈당해서 자유를 지켜내겠다”며 “지금은 표현의 자유가 곧 민생이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엔 나경원 전 의원이 라디오에서 이런 말을 했다. 그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뭐냐는 질문에 “수직적 당정 관계에 관해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서 굉장히 중요한 ‘정당 민주주의’를 잘 만들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8일엔 김웅 의원이 “지금의 여당이 민주적 정당인지를 묻습니다. 제 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그래서 전 국민께 표를 달라 할 수 없습니다”라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여당이 갈 곳은 대통령 품이 아니고 우리 사회 가장 낮은 곳이다. 그게 보수 정당의 책무다. 운동권 전체주의를 이길 유일한 힘은 바로 민주주의”라고 호소했다.

윤핵관은 대통령 본인뿐이라는 얘기와 여당에 표현의 자유가 없으며 정당 민주주의가 바로서야 하고, 현 여당은 민주적이지 않다는 목소리. 타임머신을 타고 ‘전두광 시절’로 날아간 듯하다. 21세기 선진국 집권당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초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나마 이런 얘기도 극히 소수가 불이익을 감수하고 하는 것이지 나머지 대다수는 ‘침묵의 양떼’ 같다.

여당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정당 민주주의가 고장난 때를 전당대회가 치러지던 지난해 2월로 꼽는다. 당시 대통령실이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을 맹비난한 뒤부터 다들 침묵의 양들이 됐다고 본다. 이준석 전 대표도 전에 호되게 당했지만 그는 대통령과 다투기라도 했지, 두 전·현 의원은 대선 효자 효녀들이었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두 사람이 ‘윤안연대’ 용어를 쓰고, 내부조율이 덜 된 저출산 대책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무례의 극치’ ‘국정운영 방해꾼이자 적’ ‘장관급 공직자의 거짓말’이란 표현으로 깔아뭉갰다. 나 전 의원한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한다’고 망신을 줬다. 그럴 때 의원들이 나서서 대통령실에 문제제기를 했어야 하는데, 아무도 그러지 않았고 오히려 친윤계가 마이크를 잡고 ‘당에 분탕질하는 사람은 이준석 유승민으로 족하다’ ‘반윤 우두머리가 되려느냐’고 둘을 더 때렸다.

그 뒤론 감히 용산을 향해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하게 됐다. 그렇게 표현의 자유가 막혔고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 총선을 앞두곤 더더욱 침묵했다. 침묵에 익숙해지다 보니 결국 김기현 전 대표마저 떠밀려 퇴출됐고, 그 자리에 한동훈 위원장이 영입됐다.

전·현 의원들이 제기한 당내 문제점은 한 위원장이 애지중지하는 ‘동료 시민’도 공감하는 것이다. 그런 게 낮은 국정 지지도와 여당 지지율로 나타난다. 그렇기에 한 위원장이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표현의 자유와 정당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일이다. 대통령의 소통 부족에 대해, 일방적 국정 운영에 대해, 인사 편중에 대해, 여사 문제에 대해 할 말을 하는 여당이 돼야 한다. 한 위원장부터 그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런 문제는 못 본 체하고 다른 것을 제아무리 열심히 챙긴들 ‘앙꼬’ 빠진 붕어빵이다. 그런 붕어빵은 동료 시민들도 안 사 먹는다. 한 위원장이 앞으로 이 문제에 정면 승부를 벌이기 바란다. 당정 관계를 바로세우고, 할 말을 하고, 국정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어야 총선에서 표를 달라 할 명분이 생긴다. 그래야 대선 주자도 될 수 있다. 당원과 동료 시민은 자꾸 주저앉는 기둥 밑둥을 쳐다보는데, 한 위원장만 지붕 위를 바라보며 처마 선을 아름답게 꾸미겠다는 얘기만 해선 안 된다.

손병호 논설위원 bhso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