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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 불리는 제3지대, 새로운 가치와 어젠다로 말해야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부터)와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총선을 석 달 앞두고 거대 양당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택한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가 9일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의 출판기념회에 나란히 참석하면서 제3지대 출정식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차례로 마이크를 잡은 이들은 서로 덕담을 건네며 입을 모아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다. 초읽기에 들어간 이낙연 전 대표와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의 탈당이 이뤄지면 제3지대의 세력화도 본격적으로 막이 오를 것이다. 벌써 빅텐트니, 연합정당이니, 느슨한 연대니 하는 용어가 이들의 앞날을 전망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제3지대를 주시하는 유권자의 관심은 그들이 갖출 세력의 크기나 외형에 있지 않다. 제3의 정치세력에 대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수요는 갈증에서 비롯됐다. 거대 양당이 진영 논리에 매몰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은 한국 정치의 돌파구를 국민은 목말라한다. 지금 제3지대에 필요한 것은 세력화보다 차별화이고, 그것을 보여줄 새로운 가치와 어젠다를 제시하는 일이다. 이제 곧 펼쳐질 선거판에서 유권자에게 무엇을 말할 것인가. 신당이 자리 잡기 척박한 우리 정치 토양에서 제3지대의 유일한 성공 가능성은 이 말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출판기념회에서 그것을 엿볼 몇 마디가 나왔다. “분노의 정치를 넘어 진짜 중요한 문제에 집중하는 정치를 시작할 때.”(금태섭) “양당의 철옹성 기득권 구조를 깨지 못하면 대한민국이 주저앉는다.”(이낙연) “한국의 미래는 과학기술과 첨단산업에 있다.”(양향자)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우리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이준석) 아직 원론적이고 추상적이다. 보수·진보 진영에서 떨어져 나온 비주류의 이합집산을 넘어 대안세력이 되려면 좌나 우가 아닌 앞으로 가는 길, 유권자가 기존 진영 정당에서 들을 수 없었던 방향과 비전을 새로운 언어로 제시해야 한다.

과거 유의미한 지지를 얻은 제3정당은 김종필의 자유민주연합, 정주영의 통일국민당, 안철수의 국민의당 정도가 있었다. 지역이나 인물을 앞세워 정치권에 들어섰지만, 결국 지역적 한계와 인물의 부침을 넘어서지 못하고 소멸했다. 이제 남은 제3지대 실험은 새로운 어젠다를 앞세우는 미래지향적 가치 중심 정당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길이다. 좌와 우의 두 바퀴가 삐걱거리는 한국 정치에 세 번째 바퀴로 균형추가 되려면 보수와 진보의 낡은 가치를 넘어서는 새로운 선택지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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