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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타 강사 지문과 판박이 수능… 의혹 철저히 밝혀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1월 16일 인천 중구 인일여자고등학교에서 수능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나오고 있다. 뉴시스

교육부가 ‘일타 강사’의 지문과 똑같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 문항에 대해 뒤늦게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강사는 현직 교사들에게 돈을 주고 구매한 문항으로 교재를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수능 출제진과 강사 간 문항 거래 의혹이 있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다.

문제가 된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은 지문을 읽고 주제를 찾는 3점짜리 문항이다. 해당 지문은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 ‘투 머치 인포메이션’에서 발췌됐다. 수능 직후 이 지문이 메가스터디 유명 강사가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 지문과 거의 동일하다는 주장이 빗발쳤다. 학생들은 “문제는 달랐지만 지문이 같아 한번 풀어 본 사람이 유리하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우연의 일치’라며 의견을 묵살하고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교육부가 운영한 ‘사교육 카르텔 신고센터’에도 같은 문제가 제기되자 입장을 바꿔 지난해 7월 수사 의뢰했다.

이미 우리 사회에 수능을 둘러싼 이권 카르텔이 폭넓고 뿌리 깊게 존재함이 확인됐다. 지난해 ‘사교육 카르텔’ 조사에서는 수능 출제 교사들이 학원이나 강사에게 문제를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5억원을 받은 교사도 있었다. 2016년 수능 모의평가 국어 영역에선 유명 강사가 수강생들에게 알려준 내용이 그대로 출제되기도 했다. 강사가 모평 검토위원인 현직 교사에게 돈을 건네고 문제를 넘겨받은 것이다. 이런 일이 알려질 때마다 비싼 수강료를 감당할 수 없는 학생과 학부모는 좌절한다. 이번처럼 수능에서 전례 없는 판박이 지문이 나온 것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입시와 교육의 공정성을 통째로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능이 치러진 지 8개월이 지나서야 교육부가 수사 의뢰하게 된 이유도 드러나야 한다. 감사원이 이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만큼 관련 의혹도 파헤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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