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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저출산 극복, 당당한 육아휴직 문화 정착부터

육아휴직 못 쓰는 직장 문화 여전
적극 지원한 대기업들 출산율 높아
출산 지원책, 현실에 스며들어야


정부와 지자체가 앞 다퉈 초저출산 극복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에선 출산·육아 때 직장에서 눈치를 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인사담당자의 30%가량은 출산휴가가 필요하지만 전혀 사용하지 못하거나 일부만 사용했다고 답했다. 육아휴직도 필요할 때 모두 사용했다는 응답은 52.3%에 그쳤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 어려운 이유는 동료의 업무 가중, 직장 분위기, 대체인력 문제, 추가 고용 인건비 부담을 들었다. 육아휴직을 승진 기간에서 제외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육아기에 필요한 근로시간단축제도, 가족돌봄휴직제도 등은 모른다는 응답이 30% 이상이었다. 아이를 낳으려면 회사나 동료의 눈치를 봐야 하고, 승진에서도 불이익을 당하는 후진국형 기업 문화가 여전한 셈이다. 출산이 일방적으로 자신을 희생하는 과정이라면 초저출산 극복은 머나먼 꿈이다.

따라서 기업들 사이에서 출산을 적극 지원하는 문화가 확산되는 건 다행스럽다. 한미글로벌은 셋째를 출산한 직원은 즉시 특진시키는 제도를 도입했고, 신입사원 공채 때 자녀 있는 지원자에 가점을 준다고 한다. 롯데그룹은 2012년 여성 자동육아휴직제를 도입해 2017년 이를 2년으로 늘렸고,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도 시행 중이다. 롯데 임직원 출산율은 2명이 넘는다. 국민은행은 육아휴직한 직원이 퇴직하면 3년 뒤 다시 채용 기회를 준다. 삼성, SK, 현대차, LG, 포스코 등 대기업들도 적극적인 지원책으로 높은 출산율에 기여하고 있다.

사실 대기업 수준으로 지원을 하면 우리나라 저출산 극복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에 그런 지원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법에 보장된 육아휴직조차 못 쓰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대·중소기업 간 출산지원 격차를 해소할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육아 단축근무 시 지원하는 동료 업무분담 지원금이나 육아휴직 지원금 같은 정책들을 더욱 확대하고 현실화해 당당한 육아휴직 문화 정착에 힘써야 한다. 아울러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우후죽순으로 쏟아내는 출산 지원책들을 교통정리하고 적극 홍보해 그런 혜택이 당사자에게 미치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대책이 많아도 가정에서 출산을 고역으로 느끼면 아무 효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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